강간 피해자들을 대하는 미국사회의 시각에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전 랭카스터에서 납치범에게 강간을 당한 타마라 브룩스(16)와 재키 매리스(17)가 NBC 투데이쇼에 출연했을 때 일각에서는 이를 허용한 두 소녀의 부모들을 향해 비난이 빗발쳤다. 자녀들의 정신적인 회복보다 유명세에 관심이 있어서 강간이라는 수치를 당한 자녀를 전국네트웍 TV쇼에 출연하도록 허용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은 두 소녀의 TV 출연은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수치감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과시한 새로운 자세"라며 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TV인터뷰가 미국사회에서 강간과 섹스를 대하는 자세가 옛날과 달라졌음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과 20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강간 피해를 지극한 수치이자 오욕으로 여겼었다. 피해자들은 강간을 유도하는 행위를 하는 여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따라서 강간을 당한 대부분의 피해자는 이를 가족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성의 6명 중 1명이 강간이나 강간미수의 피해자가 되는데 지금도 이중 단 16%만이 경찰에 신고한다.
강간 피해자에 대한 변화된 분위기와 관련, 성연구가인 아바 캐댈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오럴섹스 스캔들이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다소 이색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또 피해자 권익단체인 성정보교육위원회의 타마라 크레닌 회장은 올해초 미국 곳곳에서 터진 천주교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도 성범죄 피해자들이 사회에 폭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당사자인 타마라 브룩스는 TV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외부로부터 아무런 압력을 받지 않았다"며 자기 자신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브룩스는 "재키와 나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스스로 밝히기 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마라의 부친 새미 브룩스는 세인의 관심이 강간에 따른 딸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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