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일대를 자본주의식 경제특구로 만든다. 김정일의 구상이다.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신의주 특구는 국가 속의 국가형태를 지닌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특별행정구 장관은 총독과 유사한 권력을 행사한다. 말하자면 북한판 홍콩식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별도의 구장(區章)에, 구기(區旗)같은 상징물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했다. 거기다가 행정구가 별도로 여권을 발급 할 수 있게 했다. 또 독자적 재판 관할권을 갖도록 했다. 이 역시 파격이다.
진짜 파격은 이런 막강한 권한을 지닌 신의주 특별 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에 중국인 부호 양빈을 임명한 사실이다. 당초 예상은 연형묵 등 북한의 중량급 경제관료들이 기용된다는 것이었다. 예상은 결국 모두 빗나갔다.
초대 행정장관으로 내정된 양빈은 여러 가지로 특이한 경력의 인물이다. 그는 묘하게도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이후 90년대 중국에 진출해 급성장을 거듭, 중국내 갑부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중국판 해외동포 출신이다. 해외동포가 고국에 돌아가 더 큰 돈을 거머 쥔 셈으로 그는 현재 네덜란드 국적에 유럽연합(EU)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구상이, 또 인사가 이처럼 파격의 연속이지만 해외의 반응은 덤덤한 편이다. 과거 나진·선봉 지구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탓이다. 신의주만의 경제적 독립이 북한 경제 전체에 얼마나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시 된다는 시각이다. 근본 뿌리에서부터 변화가 없는 한 이를 북한경제의 자본주의화와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비유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죄를 져서 죄인인가, 아니면 죄인이니까 죄를 짓는가’-. 법적으로 보면 죄를 졌을 때 죄인이 된다.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종교, 특히 기독교적 관점은 죄인이니까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이다. 죄라는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는 수액(樹液)이 체내에 흐르고 있어 기회만 주어지면 죄라는 과실은 언제나 열리게 되어 있다는 죄인관이다.
김정일 체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령 절대주의의 수액만 흐르는 나무가 북한이다. 그 나무에서 한 작은 가지를 자르고 자본주의를 경제를 접붙인다. 그 나무가 변할까.
특구 설치를 앞두고 북한은 신의주 주민 성분 분류작업을 벌여 자본주의에 물들 가능성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남쪽으로 이주시켰다는 보도가 더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