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피해가 말이 아니다.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쥐가 도대체 몇마리인지 각 지역별로 파악해 그 피해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는 명령이다.
대통령이 한 지역을 선정해 방문했다. 당연히 쥐로 인한 피해를 먼저 밝히고 그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담당관리는 밤새 작업을 했다. 그리고 차트를 작성했다.
브리핑용 차트에는 아주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쥐가 53만 5,555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만족했다. 그 관리가 상부로부터 칭찬을 들은 건 말할 나위도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에피소드다. 모든 걸 차트화 해 보고하는 군사문화를 비아냥 댄,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어떻게 쥐가 몇마리인지를 통계적으로 그렇게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통계를 둘러댄 그럴듯한 거짓말, 그 허구성을 지적하자는 게 이 스토리의 포인트다.
‘김일성은 말년에 북한의 쌀이 남아도는 것으로 생각했을까’-. 당시 수해를 입은 한국에 쌀을 보낸 제스처와 관련해 나온 말이다.
아마 그렇게 알았을지도 모른다. 각 행정 단위마다 쌀 수확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올린다. 그러니 북한 주민은 굶어도 쌀은 남는 것으로 돼 있을 수 있다. 통계를 통한 교묘한 거짓말의 결과다.
남가주의 한인 인구는 얼마인가. 요즘은 50만도 모자라 통칭 60만이다. 한인 사회 대표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걸핏하면 ‘60만 남가주 한인사회와…’식의 표현을 한다.
교회 신자수를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남가주에만 1,000에 가까운 교회가 있다. 작은 교회도 저마다 100단위의 신자수를 발표한다. 중급 교회들은 500, 1000단위가 넘는 등록 교인수를 자랑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인구센서스 결과는 그런데 그게 아니다. 미국 전체 한인 인구가 100여만을 조금 넘는 것으로 발표됐다. 한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한인 인구도 34만여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까. 센서스에 불참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도 두배 정도의 차이라면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왜.
통계를 둘러댄 그럴듯한 거짓말이 쌓이다 보니 빚어진 결과 일 수 있다. 통계 숫자를 들이대고 거기다가 그 숫자가 활자화되면 사람들은 믿기 쉽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 사실은 엉터리인 이런 데이터들을 취합하면 그럴듯한 그림이 나온다. 사실이 아닌 게 사실인 양 사람들의 머리에 주입돼 거짓이 진실로 비치는 것이다.
엉터리 통계가 통하는 사회. 이게 한인 사회의 한 단면도가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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