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한 한인이 최근 케이블을 새로 신청했다. 아이들은 만화전용 채널을 비롯해 많은 채널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설치하자고 졸라댔지만 시청료가 비싸 10여 달러 정도 하는 기본 플랜을 선택했다.
케이블을 설치하던 히스패닉 ‘케이블 가이’는 아이들이 옆에서 “이 채널 볼 수 있느냐” “저 채널 나오느냐”고 묻자 안쓰러웠는지 “사용료는 추가로 받지 않으면서 채널을 많이 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이 한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묻자 케이블 가이는 “지역별로 독점권을 움켜쥐고 있는 케이블 회사의 횡포가 심하고 시청료도 턱없이 비싸다”며 자신은 케이블 회사 직원이지만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케이블 가이는 “케이블사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소비자들의 편에 선다는 것이 기쁘다”며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이 소속한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상을 깬 ‘아름다운 반란’이 아닌가 싶다.
회계부정 스캔들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전 이사인 마이클 코퍼는 돈 세탁과 사기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의 수사에 협조해 엔론의 최고경영자들의 비리를 캐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직 상사의 눈에는 ‘배은망덕한 놈’으로 비쳐지겠지만 스캔들 피해자와 일반 국민들에겐 밉지 않은 반란으로 보일 게다.
‘마샤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을 운영하면서 ‘가사의 모범’으로 통하던 여성 기업인 마샤 스튜어트가 지난해 12월 연방식품의약국이 생명공학기업 임클론의 암치료 신약 ‘에르비툭스’ 승인신청을 기각해 주가폭락이 초래되기 전날 4,000주 가까운 주식을 22만8,000달러에 매각해 내부자거래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본인의 결백 주장에 골치를 앓고 있던 검찰은 마샤가 거래해 온 메릴린치 증권사의 직원이 그녀의 발언을 180도 뒤엎는 진술을 해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마샤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분해하겠지만 이 직원의 행동은 마샤의 가면을 벗긴 흐뭇한 반란이다.
무엇이든 빈번히 발생하면 모방심리가 발동하게 돼 있다. 아름다운 반란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후세인 제거에 혈안이 돼 있는 부시 행정부가 금주 초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자 손 안대고 코푸는 방안을 공개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거론한 ‘이라크인에 의한 후세인 암살’이 그것이다. 부시에게는 눈엣가시를 빼는 일이겠지만 ‘아름다운 반란’의 범주에 넣기엔 왠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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