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서재에는 칸트의 상반신 초상과 청동불상이 나란히 자리했다. 칸트를 존경하던 그였기에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만 청동불상은 사람들을 의아케 했다. 하지만 서구사회에 살면서도 동양의 불교철학에 심취한 쇼펜하우어였으니 불상을 모셔놓은 게 이상하지 만은 않다. 그는 칸트 철학과 불교사상을 접목한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로 불모지 서구사회에 불교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선각자로 인정받았다.
요즘엔 남이 외면한 곳을 천착해 열매 맺은 학문적 업적을 말로만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을 주어 이를 격려하고 고무한다. 조지 메이슨대의 버논 스미스 교수는 실험경제학에, 프린스턴대의 대니얼 카네만 교수는 심리경제학에 매진해 왔다. 경제 행태의 경험과 심리적 요인을 적용해 경제주체의 행동을 설명하려한 이들은 학계에서는 비주류였지만 외길을 걸어 나름대로의 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의 개척정신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란 영예로 돌아왔다.
학술 이론만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미개척 분야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가 바로 그다. 하버드 대학에 들어간 엘리트 게이츠는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잘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구상을 실현하려 했다. 결국 가족과 친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뛰쳐나와 MS사를 세워 세상을 확 바꿔 놓았다. 게이츠의 개척정신은 그에게 부와 명예를 안겼다.
개척정신은 이민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도 필수적이다. 선조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미주 이민사의 첫 장을 열었다.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을 참아내며 삶의 터전을 다져갔다. 이들의 피와 땀이 없었더라면 200만 미주한인 사회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민 100주년인 내년 하와이 호놀룰루에 ‘이민 100주년 추모비’를 세워 선조들을 기릴 참이다. 이들의 개척정신은 후대에 길이 보전될 추모비와 함께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개척정신이라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앵커리지 북쪽 490여마일 떨어진 ‘금주 마을’ 에모낙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인 형제가 불법 주류소지, 반입 및 판매혐의로 엊그제 체포됐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라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손을 댄 것은 결코 귀감이 될 수 없다. 이들의 비뚤어진 개척은 쇠고랑과 교도소 철창으로 되돌아왔다.
개척은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빛을 발한다. 법을 무시한 개척은 더 이상 개척이랄 수 없다. 지금껏 법은 아랑곳 않고 탐욕만을 채워온 한인들이 있다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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