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5일은 어떤 날일까. 물론 선거일인데, 한 라디오 방송기자가 재미있는 해석을 달았다. "말 많은 정치인들은 입다물고, 유권자들이 할 말을 다하는 날이다"는 것이다.
5일 중간선거를 통해 연방 및 주정부, 로컬 정부의 대표 및 정책 방향들이 새로 짜여졌다. TV를 통해, 신문을 통해,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후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 붓는 정보들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유권자들이 드디어 이날 심중을 열어 할 말들을 했다.
그런데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 혹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는 현상이 있다. "말하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이 왜 이렇게 소수인가"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투표율이 좀처럼 떠오르지를 않는다. 20대와 30대에 접어든 X세대의 투표율은 특히 낮아서 20%를 맴돈다.
그래서 선거일이 지나고 나면 으레 투표율을 높일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 그중 하나가 선거일을 공휴일로 만들자는 안이다. 유권자들이 직장에 몸이 묶여 있는데 무슨 정성에 틈을 내서 투표를 하겠느냐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출근 전 이른 시간이나 퇴근 후 투표소 문 닫기 전에 라야 투표가 가능하니 웬만한 유권자들은 귀찮아서라도 눈 질끈 감고 그냥 넘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투표일이 쉬는 날인가 아닌가는 사실 투표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기준, 주말이나 공휴일에 투표하는 국가의 평균 투표율은 65%, 그 중에서도 서유럽 투표율은 77%였다. 반면 미국의 평균 투표율은 48%에 불과했다.
그러면 미국은 왜 직장인들이 투표하기 불편한 평일,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을 투표일로 정했을까. 그 날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선택된 것은 아니다.
1845년 연방의회가 투표일을 정하면서 가장 고려한 것은 유권자들의 편의였다. 유권자들이 가장 편하게 시간을 낼 수 있는 때를 고르다 보니 그 날로 결정되었다. 국민들이 대부분 농부였던 당시, 11월 초순은 가을추수를 막 끝내고 가장 한가한 시기였다. 일요일은 예배드리는 날이니 피하고, 투표소가 멀 경우 하루쯤 여유를 갖고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정하다 보니 화요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선거일을 공휴일로 하면 투표율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라는 분석이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내 삶과는 상관이 없다"는 무관심이 팽배해 있는 한 선거일에 쉬나 안 쉬나 투표율에는 큰 변동이 없으리라는 것이다. 결국 저조한 투표율의 책임은 5일 선출된 정치인들이 질 수밖에 없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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