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욕하던 여자가 ‘가정 예찬’
“남자요? 절대 뺏길 수 없죠.”
지난 97년 SBS TV <아름다운 죄> 이후 5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는 엄정화(31)가 유동근을 사이에 두고 김희애와 심각한 삼각관계에 휩싸인다.
KBS 2TV 50부작 드라마 <아내>(극본 정하연ㆍ연출 김현준) (내년 1월 6일 첫 방송) 출연을 결심한 그는 “김희애 선배와의 연기 대결이라 더 떨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제작진으로부터 “청량음료 같은 신선한 자극을 드라마에 불어넣어달라”고 주문 받은 엄정화는 “영화나 가수 활동에서 보여 준 섹시한 이미지를 버리고 백의의 천사로 태어난다”고 살짝 귀띔했다.
■ 섹시한 이미지는 ‘다 가라’
엄정화는 극중 간호사 윤현자로 출연,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동근을 만나 아이까지 낳으며 행복하게 살지만 기억상실 전의 본처 김희애가 나타나며 시련을 겪게 된다.
<아내>는 1982년 동명 드라마를 2003년 형으로 각색한 리메이크 드라마. 엄정화는 당시 유지인이 열연해 주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캐릭터의 바통을 이어받는 셈이다.
유지인은 당시 한진희의 생명을 구한 뒤 그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지고지순한 전통 아내 상을 그려냈다.
엄정화는 “주위 사람들이 간호사 옷 입고 참한 여자로 출연한다니까 걱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맛에 연기하는 것 아니냐”며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여줬던 당차고 애정 표현에 과감한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다
엄정화는 자신의 히트 곡 제목을 들며 내가 할 드라마 속 사랑은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불륜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후처가 된 현자의 인생이 기구하다. 남들이 보기엔 남자를 빼앗은 것 같지 않냐”며 운명적인 사랑임을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 어떤 결말이 날까를 궁금해 할 정도로 캐릭터에 푹 빠져 있는 그에게 ‘만약 실제로 본처인 김희애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겠는가’라고 묻자 그는 “처음엔 오해하겠지만 결국엔 두 번째 부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93년 이후 연기자와 가수 활동을 겸한 그는 올해 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엄정화는 “올 봄에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내년 봄엔 한 남자와 꾸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네요”라며 반전된 상황에 재미있어 했다. 작년 10월, 7집 음반 <화>를 냈던 그는 드라마가 종영하는 즈음인 내년 5월 8집 음반을 낼 계획이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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