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전 만해도 한나라당에서는 “노무현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거판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이회창 진영에서 당황하고 있는 기색이 역연하다. 대표적인 예로 이회창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인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말한 것과 친인척 비리가 있을 경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사실이다. 개인재산 헌납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오버액션적인 애국심이고 친인척이 한명이라도 비리에 관계되면 대통령직을 그만 두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평이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발언을 이회창후보가 하게 되었을까. 노무현후보가 낡은 정치 청산을 주장하면서 개혁을 외치고 있는 것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숫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며칠전 서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강남의 3개구역을 빼놓고 서울전역에서 노무현지지가 이회창을 앞서는 결과가 나온데 대해 한나라당은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
만약 이 지지도가 투표로 연결된다면 서울지역에서 이회창후보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회창진영은 이후보의 개혁의지 이미지를 부각 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개혁정책을 발표하다보니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회창씨의 당선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가 항상 60%선을 유지해 왔는데 이번주 들어 55%로 떨어졌다. 여론조사의 발표는 못하게 되어 있으나 조사자체는 가능하기 때문에 신문사와 양후보진영은 매일 이 숫자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후보가 예전에 없던 개혁정책을 발표하자 노후보측이 요즘 신문에 게재하고 있는 광고가 재미 있다. “어? 노무현 닮아가네? 한나라당 후보가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제라도 국민의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단일화작업에서 노무현이 정몽준을 이겼을 때 한나라당측은 “우리로서는 노무현측이 정몽준보다 싸우기가 쉽다”고 논평했었다. 지금 한나라당 간부들은 이 논평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노무현이 더 힘겨운 상대라는 것이다.
12월호 시사월간지가 11월말에 발행되었는데 하나같이 이회창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이때만 해도 노풍이 별 것 아니었다. 그런데 반미데모가 격화되면서 노풍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전에는 공무원들이 이회창 당선을 공공연히 언급했으나 요즘은 선거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꽉 다물고 ‘노 코멘트’로 일관한다. 말 잘못했다가는 후일 화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선거구호는 ‘새로운 대한민국’이고 주무기는 낡은 정치 청산이다. 이회창의 구호는 ‘나라다운 나라’고 주무기는 부정부패 청산이다. ‘부정부패 청산’은 지난번 국회의원 보선때 한나라당의 압승을 가져 왔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잘 먹혀 들지가 않는 것 같다. 한국인의 성격 특징중에 과거를 잘 잊는 것과 인정이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DJ의 두 아들이 감옥에 들어간 것에 대해 “그만하면 됐다. 충분히 단죄한지 않았느냐”는 분위기다.
손자병법에 “아무리 묘수라도 두 번 쓰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보선때 쓰던 구호에서 벗어나 후보자질론등에 관한 것으로 내용을 바꿨더라면 더 어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회창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바람’은 어디까지나 바람이기 때문에 가라앉기 마련이고 이는 민주당 광주예비선거 케이스에서 증명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노풍을 반미데모, SOFA개정촉구 시위등이 뒷받침 해주고 있지만 젊은층의 시위가 너무 강해지면 보수세력과 기성세대가 무섭게 뭉치는 반작용을 불러 오리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대다.
지금 이시간 한국의 대통령선거전의 양상은 “그래도 이회창이 당선 될것”이라는 종전의 분위기에서 “이회창의 패배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로 분위기가 바뀐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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