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이현세 만화 속 주인공 ‘까치’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지옥의 링> <외인구단> 등 추억의 영화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런데 이 남자, 조상구라는 이름 석자를 들어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외화 번역계에서 이미도와 쌍벽을 이루는 그 조상구가 아닌가? 맞다.
20일 2부가 열리는 SBS TV <야인시대>에서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를 맡은 배우 조상구(49)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외화 번역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등장에 호기심을 보일텐데, 그가 <타이타닉> <맨 인 블랙> <트리플 X> 등 숱한 외화의 번역가라는 것을 아는 이는 경외감마저 느낄 것이다. 그의 본명은 최재현. ‘조상구’라는 예명은 영화 <외인구단>에서 그가 맡았던 배역 이름에서 그대로 따왔다.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배우로의 삶을 꿈꿨던 그는 그러나 결혼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 외화 번역에 뛰어들었다.그는 “근사한 역을 맡으려고 한 동안 출연 제의를 거절했더니 나중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더라”며 웃었다.
동국대 영문과 출신(어쩌다 졸업은 못했다)인 그는 1985년 비디오 번역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1994년 <레옹> 번역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는 대작 위주로 월 평균 네 작품 정도 번역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에의 꿈은 식지 않았다. 그는 “<야인시대>를 보면서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던 차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지난 10년간 매일 7~8km씩 뛰며 체력 관리를 해온 것만 봐도 ‘준비된 배우’이고 싶은 그의 마음이 읽혀진다.
<야인시대>의 시라소니는 중국을 떠돌다 해방 직후 귀국, 명동파의 식객 노릇을 하다가 김두한과 의형제를 맺는 인물이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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