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설민 영상에 비친 남과 여]
사악하게 생긴 것보다 순하고 얌전한 외모의 여배우가 악녀를 맡는 게 더 무섭다. 두 얼굴의 ‘이브’처럼 섬뜩하기 때문이다.
홍은희는 고전적인 외모에 가깝다. 얌전한 규수 같은 타이프다. 그런 홍은희가 시치미를 뚝 떼고 교활한 악녀 역을 했다.
철저하게 얄미운 여자로 변신했다. 착하고 어리숙한 전도연과는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홍은희가 그래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홍은희는 소리 지르거나 눈을 희번덕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배시시 미소 지으며 차분하게 말하는 ‘내숭형’이다. 천사의 얼굴을 가장한 요부인 셈이다. 그로 인해 원래 가진 얼굴보다 훨씬 뚜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여성적인 마스크, 더욱이 요조 숙녀 같은 얼굴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발랄이나 섹시함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갸름한 윤곽에 단아하고 얌전한 이목구비는 사실 MBC TV 사극 <상도>에서의 역할이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함보다는 청초함이 흐르는 동양화풍의 미인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영과 야심을 위해 간교한 짓을 일삼는 스타 지망생 역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낸다는 것은 얌전한 얼굴 뒤에 끼가 숨어 있다는 반증이다.
정난정이나 장희빈 같은 사극물의 요부역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배우인 것이다.
홍은희는 깨끗한 외모에 앳되고 풋풋한 느낌까지 더해 곱게 자란 부잣집 딸 같은 느낌을 준다. 악녀 역을 맡기는 했지만 천박한 역과는 맞지 않는 얼굴이다. 악녀에도 등급이 있다면 그녀는 ‘상급 악녀’인 셈이다.
생긋 웃으며 뒤로는 비수를 찌르는 악녀가 드라마 속에서는 더욱 매력적이다.
/파티마 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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