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가수의 나환자 돌보기
“한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는 행복합니다”
오페라 ‘황진이’ 공연을 관람한 독자라면 ‘서화담‘ 역을 맡아 열연한 듬직한 체구의 오페라 가수 김필승(43·사진)씨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워싱턴주립대 지휘학 박사 출신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오페라 무대에 서는 그는 분명 흔치 않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멋진 ‘목소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에겐 응석 부리고 고집도 피우고 설날이 되면 세배 드리고 세뱃돈을 타낼 부모님과 같은 분들이 무려 120여 분이나 계신다.
이들이 있는 곳은 전라남도 여수의 조그만 마을에 자리잡은 ‘애양원’. 이 곳은 신체가 썩어 들어가는 한센병을 앓아온 노인들의 공동체다. 그에게 있어 나병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병을 앓고 있는 애양원 노인 한 분 한 분은 자신의 부모님이자 천사들이다. 손발이 없는 천사, 앞을 못 보는 천사, 얼굴이 일그러진 천사, 대소변을 못 가리는 천사.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분들이지만 그에겐 소중한 부모님인 셈이다.
8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애양원을 찾은 김씨는 해마다 수 차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이 천사들을 섬기고 있다. 명절 때가 되고 어버이날이 되어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벌써 오래 전에 잊어버린 분들이지만 그는 설날이 되면 세뱃돈을 달라고 조를 수 있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는 애양원을 찾아 봉사의 기쁨을 누린다. 작년에만 이 곳을 여섯 번 찾았을 정도다. 해마다 뜻 있는 음악가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애양원 노인들의 적적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들의 불편한 몸을 씻겨드리고 팔다리라도 주물러 드릴 때면 포근한 정이 오고간다. 그 정이 그리도 좋아 그에겐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이들을 뒤로하고 LA로 돌아올 때면 “잠시 미국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작별인사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나성열린문교회에서 지휘자로도 활동중인 그는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삶은 값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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