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오는 5월 LA에서 이색 이벤트를 개최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한국의 미혼녀들이 LA로 원정, 나흘 동안 소위 성공을 일군 미주 교포 미혼남 20명과 돌아가며 데이트를 하도록 주선하는 결혼 프로젝트다.
다음 주부터 있을 현지 답사 및 참가 신청자 인터뷰를 앞두고 한국의 홍보담당자가 보도의뢰 차 이메일을 보내왔다. 1월말 현재 정원의 50% 이상이 선발된 상태고 LA뿐 아니라 미주 각지에서 신청문의가 쇄도하는 등 반응이 매우 뜨겁다는 홍보성 코멘트와 부모의 대리신청이 전체 신청자의 반수 이상이었다는 정보와 함께.
이 같은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에 본사를 둔 결혼정보사들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미 몇 해 전부터 미주 교포사회를 ‘보고’로 찍어 작업을 시작해 왔다.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듯’ 하다는 심사기준을 보니 ‘직업’, ‘학벌’, ‘외모’, ‘재산’, ‘집안배경’을 각각 매우 상세히 세분해 점수제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외모는 키 162cm 이상, 안경 미착용자, 체중 50킬로 미만이면 30점 만점, 키 가 150미만이면 10점이고 무조건 호감가는 인상이 아니면 빵점이다. 학력은 서울대, 연·고대, 이대를 20점 만점으로 시작해 지방전문대는 점수가 아예 없다. 또 집안배경은 아버지가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이나 50대 대기업 임원이상, 변호사, 교수 등 특수직 종사자면 20점, 부모님 모두 대졸 이상, 대기업 부장, 중소기업 운영, 교직은 15점, 장사를 하면 10점, 이런 식이다.
남성은 외모가 10%인데 반해 여성은 외모가 30%, 학벌 20%, 집안배경 20%, 직업 20%, 재산 10%로 남녀간 점수 배분기준이 다르고 총 65점 이상이 돼야 겨우 회원등록이 가능하다. 특별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결혼을 앞둔 모든 미혼남녀는 자기도 모르는 채 점수가 매겨져 선택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이미 분류돼 있다. 아무리 점수에 울고 웃는 세상에 살고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또 평생의 반려자 감을 점수로 매겨 물건처럼 고르는 결혼풍속도가 한국의 이혼·재혼율 급증을 초래했다 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3억 달러의 예산을 결혼강화 프로그램에 쏟아 부었고 지난 중간선거의 문턱을 넘기 위해 ‘이혼율 낮추기’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부부 3쌍에 1쌍 꼴로 10년 안에 헤어지는 ‘사태’가 급기야 정부의 개입까지 불러들인 셈인데 지난해 인구 천명당 이혼 2.8쌍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이혼율 세계 3위에 오른 한국도 머잖아 정부가 처녀총각 ‘맞선’에 까지 개입해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김 상 경<특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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