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趙奢)는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장이다. 그에게는 괄(括)이란 아들이 있었다. 조괄은 소년시절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관한 이야기를 잘했다.
이런 그는 천하에 병법가로서는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 조사와 병법을 토론했을 때 아버지도 괄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사는 그를 칭찬한 일이 없었다. 그 어머니가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괄은 그것을 가볍게 말하고 있다. 조나라가 괄을 장군에 임명하는 일이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그애가 장군이 되는 날이면 조나라의 군사를 망치고 말 것이다.”
아버지의 예언은 불행하게도 적중했다. 훗날 조괄은 진(秦)나라와의 싸움에 장군으로 기용됐다. 이 전투에서 조괄은 경솔한 작전을 펼치다가 패배해 40여만의 군사를 일시에 잃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단순한 게임이 아닌 그야말로 목숨을 건 행위임을 알리고 있다.
작전대로만 되지도 않는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섯부른 이론이나 앞세워 경솔히 작전을 논했다가는 엄청난 비극적 재앙이 따를 수도 있다.
마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양 전쟁은 시작됐다. 스마트 밤이 날아간다. 목표 지역은 바그다드와 그밖의 군사기지. 타겟만 파괴하는 정확한 폭격에 사람들은 감탄을 퍼붓는다.
사담 후세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계속 나온다. 미군의 진공은 거침이 없다. 아주 순조로운 스타트다. 전쟁은 두주도 못돼 끝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주말을 지나면서 그러나 다른 소식이 들려온다.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부 미군의 시체와 이라크군에게 포로가 된 미군 사병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됐다.
그뿐이 아니다. 회교도 미군 병사가 동료 병사들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바그다드를 향한 진군에도 제동이 걸렸다. 곳곳에서 게릴라전이 발생하고 격렬한 저항에 직면해서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식값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 원유값도 급격한 유턴이다. 미국은 제2의 월남전 수렁에 빠진 것인가. 벌써부터 논란이 들끓는다.
지나친 호들갑 같다. 전쟁은 원래가 그런 것, 목숨을 건 행위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쪽은 전혀 피해가 없고 적에게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건 비디오 게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보면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게 옳은 표현같다. 전황의 추이를 냉정히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