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이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저렇게 되는 구나”
며칠 전 이라크 전황을 TV로 지켜보던 중 한 동료가 한 말이다.
미국의 압도적 승리로 전쟁은 사실상 끝났지만 종전과 함께 해방과 자유를 만끽할 줄 알았던 이라크 국민들은 또 다른 전쟁을 맞고 있다. 법과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무법천지 하의 야만과의 전쟁이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힘의 공백이 생기자 흥분한 시민들이 폭도로 변신, 전쟁에서 버텨낸 시가지를 전쟁보다 더 심하게 폐허로 만들고 있다. 군인들이 버리고 달아난 무기를 챙겨든 그들은 일반 상점은 물론, 은행, 관공서, 사담 궁전, 부유층 개인 저택등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지르고 약탈하더니 드디어는 인류 문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바그다드 국립 박물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수십년 독재치하에서 반 질식상태로 살아온 국민들의 한풀이라고 할수 있다. 가슴속에 쌓였던 한의 불씨에 무질서라는 기름이 부어지자 엄청난 파괴력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었을 그들이 어떻게 갑자기 폭도로 변했을까. 혼자였다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을 사람들도 무리 속에 들어가면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바로 군중심리의 마술이다.
군중은 개개인의 모임이지만 개개인의 요소를 산술적으로 합한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군중심리이다. 예를 들면 이런 이치이다. 산소와 수소는 모두 가연성 물질. 그런데 이 둘이 합쳐지면 전혀 새로운 물질이 된다. H2O 즉 물이 되면서 불에 타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불을 끄는 성질을 갖게 된다. 본래의 가연성과는 정반대가 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군중의 구성인자는 인간이지만 그들이 모여 군중이 되고 나면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 종종 비인간적이 되고 만다. 군중 속에 묻힘으로써 얻는 익명성, 무책임성, 그리고 감정적 흥분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자는 이상적인 나라로 소국과민(小國寡民)을 꼽았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서 오순도순 살수 있는 나라를 그는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나라가 작으니 딱히 군대를 둘 곳도 없고, 돌봐야 할 백성이 적으니 층층의 관료들도 필요없고, 그래서 군부 독재, 관료들의 부패, 가혹한 세금 … 백성들을 괴롭힐 만한 요소들이 애초에 발붙일 수 없는 나라를 말한다.
21세기에 그런 나라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지도자가 이제는 이라크에 등장하기를 바란다. 또 다시 혼란이 장기화 한다면 80년부터 평생 전쟁에 시달려온 그 국민들이 너무 가엾지 않은가.
<권정희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