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지금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데 그 꽃은 천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핀 꽃으로 봄바람 때문에 피어난 꽃도 아니요, 하늘의 뜻 때문에 핀 것도 아니다. 대지의 봄바람에도 있지 않고 하늘의 섭리에도 있지 않은 천고의 그 꽃은 무슨 꽃인고? 여기에 대한 해답은 물론 자기 자신의 깊은 깨달음에 의해 그 묘리가 터득될 것이긴 하지만 구두선으로 일단 말한다면 개개인의 생명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생명은 조물주가 만물을 창조하던 그 이전부터 있어온 창조의 자료이며 세월(겁)밖의 일이라 자연의 섭리에도 다스림을 받지 않는 천상천하에 유아독존한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일은 물론 이 다음에 올 영겁의 세월에도 또한 구애됨이 없는 그런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바세계에 생명은 여기에 온 순간부터 여기를 떠나는 순간까지 유정중생이 되어 존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과 어려움과 번민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상의 우리의 삶은 오직 인내로써 감당하는 삶인 것인데 또 이 인내의 줄마저 끊어져 버린다면 더 큰 고통과 더 큰 번민이 우리의 삶을 덮쳐오고, 그래서 질식하고 마음이 가난에 찌들고 몸은 병고에 휘말려 스스로 자진해가는 모습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삶의 과정을 손바닥위의 구슬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들이 현인인데 그 현인그룹 중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신 이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고요함으로 텅빈 것을 보이시고 부드러움을 실현하시고 생명있는 모두에 대한 끝없는 연민을 토로하신 분이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완전한 해탈자유를 성취한 더할 나위 없는 지상의 스승이 되셨다. 그는 누구에게나 낯익은 존재로서 다가오며 우리의 순간순간을 새롭게 해줌으로써 깊은 귀의를 받으며 우리의 창조적 상상력을 한없이 이끌어주는 그런 분이시다.
이러한 그의 존재는 뒤에 깨친이의 가르침이라는 집단을 형성하여 불교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계승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이 불교 교단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대적인 포교사업을 펴오면서도 기존의 신앙이나 문화를 깨뜨리거나 무력과 같은 강제적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그 어떤 비난받을 방법도 씀이 없이 오직 고통받는 생명의 귀의와 자발적인 수행으로 이어옴으로써 평화적 전통을 계승하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불교교단을 아루는 출가자와 재가자들은 부처님에 대한 공재적이고 적극적인 배반을 이 집안의 가문의 영광으로 삼는다. 특히나 대승불교에 있어서나 선불교에서는 이점이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져 두드러진 특징이 되었으나 부처님을 따르면서도 그를 신앙한다는 것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부처임 믿음에는 귀의에 대한 끝없는 맹세가 없다. 나에게 번민과 고통이 없을 때는 그는 나와 아무 관계가 없으며 귀의는 자연히 소멸되는 자유계약이다.
귀의도 또한 자유로와서 어느 누구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방계약이다. 이것을 부처임 자신이 한결같이 주장한 바이며 그 이후의 불자들이 따르는 바가 되어 신앙과 믿음이라는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불교의 근본정신이 된 것이다.
금강경에서도 그 경의 마지막 결론에서 부처님의 교화와 전법은 진실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으며(응화비진) 부처란 내가 미망한 동안에 잠시 빌려타는 나룻배에 불과하며 저 언덕에 도달한 다음에는 영원한 세월동안 잊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인류의 문화유산이 이 정도는 되어야 그 생명력이 영원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산과 들에는 잎과 꽃이 가득하고 사람과 새와 짐승이 일제히 즐거움이 사바의 삶이 영원히 이어질 삶에 있어 향상과 성숙의 밑거름이 되라는 그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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