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관대로 단장 하니 쑥스러운 것이 새신랑 새신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지난달 31일 뉴저지 연합교회에서 금혼식을 가진 문영철(77)·한경숙(72)씨 부부는 자녀들과 교인들이 몰래 준비해둔 사모관대와 활옷 예복 차림에 얼굴이 붉어졌다.
피난 중이던 1953년 6월4일 대천 사천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바람에 사모관대 및 활옷을 입어보지 못했던 문씨 부부는 생전처음 50년이나 지난 이날 전통혼례복을 입어본 것.
"결혼 할 때 피난 중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 하얀 한복에 흰색 면사포만 쓰고 결혼했지. 신혼 여행도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하객들과 함께 유성온천 간 것이 고작이었어."자녀들의 권유로 금혼 예배를 간단하게 보는 줄만 알았던 문씨 부부는 2부 순서에 마련된 한국전통 혼례식으로 평생을 같이 살아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1981년 도미한 문씨 부부는 슬하에 2남 2녀를 두어 현재 손주가 7명이다. 첫째 딸 귀항씨는 오하이오주 감리교회 목사, 차녀 미항씨는 노아보험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장남 성택씨는 봉제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남 성혁씨는 뉴저지에서 하이퍼컴 컴퓨터 컨설팅사를 경영하고 있다.
도미 전 문씨는 한국에서 경제일보 논설위원, 경제기획원 공보관, 과학기술처 진흥국장, 과학원 부원장, 한국원자력 연구소 상임감사 등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었다.
문씨의 막내인 성혁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출근 때마다 한자 숙어 열 자를 주시면서 외우라고 했고 저녁식사 후 바둑을 두면서 한자숙어를 제대로 외웠나 자연스럽게 검사 하셨다"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를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랑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한국 부모답지 않게 자상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며 "부모님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아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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