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스님 중 티벳에서 오신 스님이 계신다. 이 책, ‘오래된 미래’의 배경인 리틀 티벳이라 불리는 인도 북부의 한 지역, ‘라다크’가 실제 태어나신 고향이긴 하지만. 그 스님께서 이 책을 소개해 주셨을 때만 해도 난, 이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한편의 시 같은 라다크의 얘기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라다크는 인도 캐쉬미어 지방의 척박한 기후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티벳 문화권인 이곳은 다수의 불교도와 소수의 이슬람교도가 아무 분쟁 없이 천년 이상을 행복하게, 우리의 관점에서는 부족하지만 부족함을 모르고 자연과 같이 살아 왔다. 사람들은 항상 웃고, 이웃끼리 서로 배려해 주고, 항상 ‘옴마니밧메훔’을 외우고 다니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분쟁지역인 이곳을 인도는 ‘개방’ 했고,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후 평화롭고 깨끗하던 이곳은 오염되기 시작했고, 전에는 개념조차 없던 불황, 물가상승, 실업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욕심도 모르고 이웃과 사이 좋게 살던 사람들은 어느새 참을성이 없고 탐욕스러워 지기 시작했고, 불교도와 이슬람 사이에 싸움이 생겨 사람이 죽기도 했다.
천년 이상을 평화롭게 살던 그 나라는 단 10여년의 자본주의와 문명의 노출로 붕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난, 그 동안 막연하게 느껴왔던 세계화, 발전, 개발, 문명, 선진 등에 대한 허망함과,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인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순식간에 답을 얻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다크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서, 이미 너무나도 발전 해 버린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왔기에 내가 성장하면서 볼 수 없었던, 개발의 이전과 또 이것이 행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었고, 이것이 나에게 해답을 준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웨덴의 언어학자, 노르베리-호지 가 처음 라다크에 갔을 때 그녀의 눈으로 보기에 가난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한 젊은이에게, 당신들은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사느냐고 물었다. 젊은이의 대답은 ‘우리는 가난이 뭔지 몰라요’였다. 하지만 라다크의 개방, 개발이 시작되고 몇 년 후 그 젊은이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그녀에서 호소를 했다고 한다. ‘우린 너무 가난해요. 당신이 우릴 도와 주셔야 해요’라고.
우리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전쟁, 파괴, 경쟁을 떠난 차분하고 여유 있는 삶, 누구를 부러워 할 필요도, 시기할 필요도 없고, 어려움이 생기면 모두 같이하고, 즐거움 또한 같이 나누는 고르게 가난한 라다크의 ‘예전 모습’을 닮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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