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디아. 나의 지난 여행 이야기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다시 인도로 왔다. 긴 여행 일정은 아니지만 몇 군데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을 염두에 두고 길을 떠났다.
여행은 나에게 때로 인생의 어떤 전환점이 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방향을 잃은 돗대 처럼 그저 바람에 몸을 싣고 흘러가는 방랑 이기도 했다. 그 어떤 여행이든 그것이 나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는 내 안으로의 순례이기를 바라며 영원한 여행자로 돌아가 다시 길 위에 서니 길 위의 바람이 나의 가슴을 살아 맥박치게 함을 느낀다.
인디아. 늘 가슴 한 군데 묻어두고 그리워 하던 곳, 그리고 생각만 해도 많은 추억들이 강물 처럼 흘러나와 나를 꿈꾸게 만들던 곳. 그러나 오늘 여기에 와서 다시 바라보는 인도는 삼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변화가 있다면 심각할 정도로 극심해진 대기오염과 더욱 혼잡해진 교통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인구 밀도 인 것 같다.
아침이면 무한수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고, 먼지와 배기 가스의 매연을 머금은 45도 가 웃도는 유월 초의 인도의 대기는 마치 이글 거리는 용광로 같다. 세계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해 마다 비의 계절 몬순이 늦게 찾아와서 빨리 떠나며, 올해 처럼 무더운 해는 처음이라는 어느 농부의 푸념이 나를 더욱 후끈하게 만드는 오후.
혼잡한 시정의 한 복판 작은 찻집에 앉아 차이를 한잔 마시며 바라보는 거리는 이러하다. 수 많은 사람들과 거리의 성자들 그리고 릭샤, 자동차, 트럭, 버스, 인력거 등 운송기관들, 버팔로, 말, 염소, 닭, 집 없는 개들 등, 다 나열하기 힘든 온갖 것 들이 동시에 별 불편 없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새로운 발견도 아니건만, 무질서 속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바라보며 다시금 아연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악조건 또한 인도의 일부이며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 마저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며, 우리는 서둘러 소음과 매연을 벗어나 남쪽 깨랄라 코친의 작은 마을로 내려갔다.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가 그림 처럼 둘러 서 있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사테팔, 오랜 친구인 그는 무명 화가이다. 아침이면 그는 밤새 그린 그림들을 바나나 나무에 하나 씩 척척 걸어놓고, 아내가 끓여온 차이를 마시며 그림들을 감상한다. 그림 자체가 무색하리 만큼 아름다운 정취로 둘러싸여 있지만, 바나나 나무에서 나부끼는 그림들이 살아있는 화랑이되어 나를 꿈의 세계로 이끄는 듯 하다.
모든 일상의 반복으로 부터 벗어나서 오랜 친구와 마주 앉아 인생과 세계를 노래하고 밤이 깊도록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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