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너무 바빠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 없을 때 대리로 보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술’이라고 탈무드는 가르친다.
악마가 술로 인간의 행실을 좌지우지한다는 해석이다. 탈무드에 의하면 악마는 술을 대리로 이용할 뿐 아니라 술을 처음 만들 때부터 개입했다. 이런 이야기이다.
최초의 인간이 포도씨앗을 심고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나 그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인간은 “달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데 그 즙을 마시면 아주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악마가 자신도 끼여 달라며 양과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서 그 피를 비료로 흘려 넣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양 같이 순해지다가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강해지고, 좀 더 과음하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며, 거기서 더 나가면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술은 ‘악마의 선물’이라는 것이 탈무드의 가르침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술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은 문화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시대에는 과실주, 유목시대에는 젖술, 농경시대에는 곡주 등, 인류 역사와 함께 나란히 발달해온 것이 술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널리 마시는 맥주는 8세기께 중부 유럽에서 호프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빚어졌다.
한국인들이 ‘국민의 술’로 애호하는 소주는 그 기원을 따져보면 수메르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000년께 수메르인들이 소주의 원조에 해당되는 증류주를 처음 만들어냈다고 한다. 증류주가 동양권에 소개된 것은 원나라 때. 징기스칸이 페르샤 원정 때 이슬람 문화를 들여오면서 증류법을 도입했고, 원나라를 통해 한반도에도 소주가 소개되었다.
한국에서 향토소주로 안동소주, 개성소주, 제주 민속주등이 유명한 데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징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일본 원정을 위해 고려 후기 한반도에 진출했을 때 몽고인의 대본당이 세워진 곳이 개성이고, 전초기지는 안동, 전진 기지는 제주도에 세워졌다. 그때부터 이들 지방에서 소주가 많이 빚어졌다고 한다.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부르는 데 증류주를 뜻하는 아랍어의 ‘아락’, 몽고어의 ‘아라키’에서 유래된 외래어이다.
북한의 평양소주가 7월말 뉴욕, LA등 미국 시장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산 소주들은 주정을 물로 희석해 만드는 희석식인데 반해 북한산 소주는 쌀이나 찹쌀등 곡물을 이용해 전통적 증류식으로 빚는 것이 차이라고 한다. 북한 소주가 미주 한인 애주가들의 입맛에는 어떨 지 궁금하다. 어떤 술이든 양같이 순해지는 정도까지만 마신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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