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미국 중국 북한 등 관련 당사국들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끝내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이미 마쳤다’고 공식 선언, 미국이 그어 놓은 ‘금지선(redline)’을 넘어 버린 때문이다.
부시행정부는 즉각 "북한의 어떠한 핵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다"며 북핵 해결의 방안으로 ‘군사옵션’이 배제되지 않고 있음을 천명했다.
북한측 주장대로 폐연료봉 재처리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4~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로토늄을 확보한 것이 된다.
미국은 이것을 ‘북한이 핵무기 증강을 추구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후’로 간주하고 있다.
이제 부시행정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북핵 관련 대북 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북한 공격’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특사를 북한에 보내는 등 협상을 위한 절충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으로 가고 있다"는 페리 전국방장관의 엊그제 경고가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북한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앞으로 한반도 상황은 설마 하든 전쟁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다자간의 틀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되 핵 포기에는 어떤 조건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연료봉을 재처리한 것이 사실이라면 ‘군사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부시행정부는 한마디로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김정일을 ‘악’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와 협상하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이런 자세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설사 포기한다고 해도 북한 체제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미국내 강경한 분위기로 보아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다음 수순은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보유를 선언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 상황을 그냥 묵인할 리가 없다. 그것은 곧바로 군사공격을 의미하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른 정책을 선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에 따른 동북아 전체의 ‘핵 도미노’현상을 결코 받아 드리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테러리스트들이 북한의 핵무기를 사서 미국의 도시를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더욱 더욱 예민하다.
페리 전 장관의 경고도 그런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이미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만 해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재처리 시설에 대한 군사행동이 시기상조라고 보았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그 때와 전혀 다른 상황 하에서 지금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부시 스스로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던 ‘군사 행동’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어쩌면 그동안 이런 상황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군사행동을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다. 그래서 미국이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협상을 서두르지 않아 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략적 계산이 끝나는 대로 단계적인 대북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중국 주도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자간 협상을 통한 외교적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정면 충돌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올 가을로 보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가을 위기설’이다. 올 가을이면 불과 2~3달 뒤다.
이미 그에 대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그것을 말해준다.
결국 전쟁으로 가고 말 것인가. 아니면 벼량 끝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타결’보다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터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상황은 하루하루 악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한국내의 위기의식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전쟁까지야 가겠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상황은 한국인들에게 ‘좋고 싫은’ 단계를 넘어섰다. 한반도의 사활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길 바라는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때다.
<본보 편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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