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LA 폭동 34주년
▶ 범커뮤니티 행사 실종
▶ 한인장학재단 등 장학금
▶ 일부 단체만 ‘명맥 유지’
▶ ‘일상적 가치화’ 필요성

지난 2024년 4.29을 앞두고 LA 한인회에서 열렸던 한·흑 커뮤니티 차세대 토론회 모습. [박상혁 기자]
미주 한인 이민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전환점이었던 1992년 LA 폭동이 내일 29일로 발발 34주년을 맞는다. 34년 전 미주 한인 이민 1세대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피해를 주며 한인사회 역사상 최악의 시련으로 기록된 4·29는 한인사회가 커뮤니티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폭동을 직접 겪지 않은 한인 2·3세 차세대들에게 그 의미를 계승하고 상호 이해와 인종화합 실천을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4.29 계승을 위한 대형 행사나 프로젝트는 줄어들어 이제는 매년 기념일을 기억할 만한 분위기 자체가 실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4.29 폭동 34주년을 맞는 LA 한인사회는 예년에 비해 차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범동포적인 대형 행사는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일부 단체의 실무형 행사와 장학금 프로그램들이 4.29 정신 계승의 명맥을 잇고 있다.
민족학교(KRC)에 따르면 KRC가 주관하는 ‘사이구(SAIGU): 우리의 아픔은 무엇이며,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행사가 28일 오후 6시 한인타운 KRC 사무실(900 Crenshaw Blvd. LA)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현재의 사회정의 이슈를 4.29의 역사적 맥락과 연결하는 대화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한인 기독교 비영리단체인 FACE(Faith and Community Empowerment)가 ‘4.29 뿌리에서 열매까지’ 장학금 온라인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9~12학년생들이 4.29의 기원과 현재의 영향을 탐구한 영상을 직접 제작해 응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과거 ‘4.29 장학재단’을 계승한 한인장학재단(Korean Heritage Scholarship Foundation, 이사장 서영석)이 제32회 장학생을 모집하며 4.29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한인장학재단은 1992년 LA 폭동 당시 피해를 입은 한인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조성한 기금(127만3,654달러)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당시 폭동으로 희생된 한인 청년 고 에드워드 이씨를 기리기 위해 설립됐었다.
이처럼 일부 단체들이 실무형 행사 및 장학금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나, 한인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행사는 없는 상태다. 30주년 당시에는 콘서트, 토론회, 무료 나눔, 범동포 평화기원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잇달아 개최됐으나 이후 31, 32, 33주년을 거치며 관심도는 하락했다.
정부나 주류 매체들의 경우 4.29를 한인사회와 관련된 개별적 비극으로 조명하기보다 광범위한 사회적·정치적 맥락 안에서만 다루고 있기에 한인사회 자체 행사는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 한인 정계 전문가는 한인이 겪은 구체적인 고통과 독자적 서사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우리만의 목소리를 직접 발신함으로써 역사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차세대에게 정체성을 교육하며, 주류 사회에 커뮤니티의 정치적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한인사회 기념 문화가 5년 혹은 10년 단위의 ‘정주년’에만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과 인력이 특정 시기에만 몰리다 보니 그 사이의 해에는 기념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집단 기억의 휘발’과 ‘세대교체’라는 구조적 변화로 분석하기도 한다. 폭동을 직접 경험하며 생존권을 지켰던 1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를 역사적 기록으로만 접하는 2·3세대가 커뮤니티의 주축이 되면서 사건의 당사자성이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29가 한인사회의 정치적 각성을 가져온 소중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시적인 기념 체계나 교육 시스템으로 제도화하지 못한 결과가 ‘기념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가 4.29의 정신을 세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힘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주년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일상적인 ‘가치’로 전환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한형석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