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눈물이 글썽인다. 작은 눈동자에서 맑은 수정이 막 굴러 떨어질 듯 하다. 못내 아쉬운 듯 하면서도 또한 재미도 있는지 눈물꼬리가 가는 길목에 미소가 살짝 번진다. 커다란 무를 한 입 베어 물은 듯 흰 가재가 반쯤은 목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실 끝에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은 이빨 하나 뿌리는 벌써 썩었는지 꼬리를 감추었다.
지난 주말 큰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왔다. 유년시절의 끝인가 이제 유치를 다 갈고 영구치들이 나왔는데 모양이 보기 흉한 것이 몇 개 있어서 교정을 해야한다기에, 자기 친구들도 교정을 하고 있다고 반 부러움을 갖고 자기도 교정을 해야겠다한다. 뭐가 다 부러운지 결국 날을 잡아 막상 치과에 오니 그래도 조금은 긴장이 되는지 내 손을 꽉 잡는다. 시간이 제법 흐르고 조금은 고통도 감수하고 이빨 하나 하나에 교정기구를 달고 빨주노초파남보 오색빛깔 고무줄로 치장을 하고 싶다더니 자기 좋아하는 색깔의 고무줄을 달고 거울을 바라보며 흐뭇한 듯 웃어본다. 툭 튀어나온 입이 보기 좋다고 놀려줘도 싱글벙글이다. 그리도 며칠 뒤 마침내 철사를 달고 본격적인 교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차례 몸살도 치르고.
처음 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이 많겠지. 좋아하는 음식이 식탁에 나오는 날이면 우리끼리 ‘냠냠’ 거리면서 맛있다고 더 놀린다. 이제 아무거나 못 먹으니 잘 되었다고 우리 외식 갈까, 아니면 우리 요리 배달해 먹을까, 오늘은 뭐 맛있는 거 먹을까하며 큰 아이 앞에서 더욱 요란을 떨어보면, ‘아빠!’ 하면서 뾰로통 화를 낸다. 지난 주말에는 냉면을 먹으러 갔다. 면을 아주 좋아하기에 교정하고 있지만 자기도 먹겠다하여 하나 시켜주었는데 우리들은 먹다가 모두 기절할 뻔했다. 미리 냉면을 잘게 잘라주었는데 가늘어서인지 면이 한두 개 이빨 사이에 철사 사이에 끼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짧은 것은 괜찮았는데 긴 것을 빼는 모습에 우리들은 앞으로 같이 밥 먹으로 안 온다고 난리였다. 냅킨에 냉면을 커내 놓으면서 자기도 우스운지 눈물이 슬쩍 맺혔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못살아서인지 교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방문 고리와 내 이빨에 실을 메달고 누가 방문을 여는 순간 흔들거리던 이가 빠져나가고, 또는 웃어른이 손으로 실을 잡아 낚아채어 이빨을 뽑곤 했다. 그러면 그 이빨을 가지고 나가 지붕 위에 던지며 까치에게 헌 이(齒) 가져가고 새 이(齒) 달라고 기원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동네 아이들을 보면 이(齒)가 비교적 고르게 났고 가끔 덧니가 난 아이들을 보면 놀려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부러운 면도 있었다. 그 덧니가 뾰쪽 나온 여학생이 매력적이다고 남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즘은 교정을 통하여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고른 치아를 갖고 있으니 물론 치아가 고른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획일적으로 변해 가는 세상에서 너무 예쁘게 개성 없이 되어 가는 치아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큰 아이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이 녀석아, 네 놈이 덧니의 매력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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