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미국인들의 가장 큰 이슈는 ‘전쟁’과 ‘경제’ 두 가지로 집약된다.
전쟁은 이제 미국인들에게 아주 익숙한 테마다. 9.11테러는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부시행정부는 반테러를 명분으로 두 차례의 전쟁을 주도했다. 격전은 끝났지만 전쟁의 휴유증은 계속되고 있고 여차하면 북한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라크 정보 과장으로 다소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부시행정부내 신보수주의자들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들은 국제사회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악의 국가를 징벌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9.11테러가 미국인들에게 준 충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쟁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9,11테러는 그렇지 않아도 침체 일로에 있던 미국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12번씩이나 금리를 인하하면서 간신히 버텨왔다.
부시행정부는 ‘전쟁’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왔다. 전쟁도중에도 경제를 살린다고 ‘감세’카드를 내 놓았지만 그것이 경제를 되살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쟁이 끝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세는 더욱 둔화될 전망이다. 실업률은 지난 9년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격한 감정에 전쟁에 환호를 보냈던 미국인들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부시행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전쟁이 속은 후련하게 했지만 역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격전이 지났는데도 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사회에 확산돼 있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충격적인 테러와 이어진 전쟁으로 앞날에 대한 확신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시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정책선택에 있어 전쟁을 경제보다 우선 시 해온 데 따른 필연 것이 귀결이다. 이것이 부시의 자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맞물려 경제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은 밀어 부쳐 승리할 수 있었지만 경제는 그래서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제는 여건이 조성돼야 활성화된다.
그 여건 중 가장 기본이 사회불안의 제거다. 사회가 불안하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한데 기업가든 소비자든 자기 돈을 쓸리 만무한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안정되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탓이다. 설계가 가능하니 쓰지 말래도 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의 기본원리다. 너무나 당연한 그 원칙이 지금 미국에서 무시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전쟁과 경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는 두 마리 토끼다. 이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것은 어렵다. 전쟁을 하면 세상이 불안해진다. 그런 분위기에서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떤 정책을 내놔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가뜩이나 9.11테러로 충격 받은 미국인들의 심리는 두 번의 전쟁으로 매우 불안해 있다. 게다가 그 전쟁의 후유증이 만만찮다.
빈 라덴과 후세인은 생사불명의 상태에서 여전히 미국에 대한 테러를 공헌하고 있다. 전쟁을 밀어붙이느라 미국에 대한 세계인의 여론 또한 매우 악화돼 있다. 테러를 예방한다고 타민족에 대한 비자·이민 규제를 강화해 외국인의 미국투자는 물론 관광객들마저 내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전쟁,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경제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는 것은 너무 막연한 낙관이요, 경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경제는 예측 가능한 여건만 만들어 놓으면 저절로 돌아간다. 앞날에 대한 설계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기업가는 투자하고 소비자들은 돈을 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투자, 고용, 소비가 선순환으로 돌아간다.
부시행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사회적·경제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해야할 것이다. 미국 내에 만연돼 있는 테러와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다. 그래서 자유와 평화의 미국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단언컨대 그러면 경제는 거짓말처럼 좋아질 것이다.
워싱턴의 여름 정국이 경제문제로 뜨겁다고 한다. 차기 대선을 겨냥,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연일 열띤 경제실책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깊어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차기 집권을 위한 수단의 성격에 머물고 있다. 경제가 활성화를 위한 준비를 끝내놓고도 머뭇거리고 있는 진짜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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