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찾는 부모
지난 몇 달 동안 LA고교에서 3번의 학부모 교실을 하면서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고 그들의 다양한 삶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특별히 몇몇 부모님들을 학부모 교실 장학생이라고 불러드렸다. 그분들은 자녀의 문제를 적극적인 자세로 자녀와 함께 상의하며 부딪혀 해결해나가는 학부모들이다.
대니 어머니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시느라 양적으로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모범적인 엄마의 모습을 실천하며 사는 평범한 어머니이다.
그런 대니 어머니에게서 얼마전 전화가 왔다. 대니가 교회에서 수양회를 가는데 학교가 아직 방학하기 전이라 학기가 마치기 전 3일은 빠져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간이 학기말 시험 기간이라 이가 시험을 다 봤는지, 학과 선생님들과 의논이 됐는지 물어봤더니 어머니 얘기로는 아이가 시험을 다 봤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께 결석 사유서를 쓰고 사인을 해서 가져오게 한 후 아이한테는 그 편지를 각 과목 선생님께 보여주고 결석을 해도 학기말 성적에 지장이 없는 지 확인을 하라고 했다.
그래도 까다로운 영어 선생님은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찾아갔더니, 영어 선생님은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를 빠지는 것은 결석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시험을 안보고 과제물을 안내면 성적에 많은 지장을 줄 거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대니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가고 싶어하니까 아이에게 최선책을 찾아 주고 싶다며 시험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칠 수 있게 해주면 아이를 캠프장까지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영어 선생님이 수업이 끝나길 기다려 대니와 대니 어머니와 함께 시험을 미리 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선생님은 시험은 그렇다 치고 과제물을 내일까지 제출할 수 있겠냐며 아이에게 물으니 아이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커다란 눈만 끔벅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시험을 미리 보더라도 그날 밤에 과제물을 끝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수양회를 가든지 아님 학교 숙제와 시험을 치고 학교에 출석을 할 것인지는 대니와 어머니가 결정할 일이라 두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결국 아이의 몫이므로.
대니 어머니는 어머니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으므로 아이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생각했지만 아이는 이번 영어 성적이 낙제라도 내년 여름에 보충하면 된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했다.
아이의 입장만을 생각해 주다보니 엄마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대니 어머니는 단호하게 아이에게 이번 수양회는 갈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는 그 다음 날 아이가 영어 시간에 힘들어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과제물 준비를 잘 하고 있는 지 영어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대니가 아주 행복해 보였으며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다며 엄지 손을 치켜들어 보였다.
아이들은 때로 교회라는 완전한 안전 장치를 미끼로 부모들을 시험한다.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 가겠다는 데야 어느 엄마가 아이와의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니 어머니가 보여 준 아이와 함께 해결점을 찾으려 했다는 점, 즉 학과 선생님과 함께 대니 자신이 책임을 회피하려했던 점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게 적절한 도움을 찾았다는 것과 어머니 자신도 그 문제를 아이에게만 결정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점에 있어서 내가 대니 어머니를 부모 교실 장학생이라 부른 이유이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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