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행세 돈 뺏고 몸 뺏고” 작은 제목의 기사다. 심각하고 굵직굵직한 기사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눈이 간다. 제목이 야해서 일까.
이건 완전히 주간지성 가십이다. 전과 7범의 사기꾼이 재미교포 사업가로 행세하면서 미혼 여성들을 줄줄이 울리고 돈을 빼앗았다가 쇠고랑을 찬 이야기다.
농락 당한 여자가 10여명이나 된다는 거다. 거기다가 피해 여성들은 간호사나 외국계 회사 종사자 등 전문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무일푼으로 여관에 묶은 한 젊은이가 있었다. 지방관리들은 이 젊은이를 검찰관으로 오인해 귀한 손님으로 접대하며 난리를 친다. 고골리의 ‘검찰관’에 나오는 스토리다.
러시아시절 사회풍조에 대한 지독한 풍자다. 비슷한 일이 한국서는 계속 발생했다.
자유당 때였던가.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 이강석을 사칭한 사람이 귀하신 몸으로 대접을 받았던 게. 유신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청와대직원이란 말 한마디에 재벌총수가 꼼짝없이 돈을 갖다바쳤다.
이 사기 극들은 공통의 메카니즘을 보인다. 권력에의 무한한 동경심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므로 이 사기 극들은 한국인 특유의 권력지향성 집단 심리의 단면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그런데 재미 동포 사업가를 빙자한 사기 극이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재미교포가 권력의 한 가운데 있는 건 분명 아닐 테고. 게다가 반미정서는 날로 확산되고 있는 마당인데….
퍼뜩 뭔가가 집힌다. 재미교포에 대한 미묘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쳐서다.
못살던 시절 재미교포는 과장해 표현하면 선망의 대상이었다. 살만해지면서 재미교포는 불쌍한 존재가 됐다. IMF이전의 시절에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사회가 어지럽다.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다. 그런데 재미교포 사업가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과거와는 어딘지 달리 보인다. 잘하면 탈출의 길이 있을 것도 같다.
재미교포라는 신분이 사기 극의 좋은 미끼가 된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한국이 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오죽했으면 그 많은 여인들이 그런 사기를 당했을까.
재미한인을 불쌍한 존재로 보아도 좋다. 한국이 진정 살만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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