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찾아 남가주로, 저임금에 체류신분 불안까지
하이텍 분야의 경기 침체로 실리콘 밸리 등에서 IT(정보기술) 산업에 종사하던 한인 고급 인력의 실직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대거 남가주로 몰려들고 있으나 상대적인 저임금에 신분상 어려움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새 일자리를 잃은 한인 IT 종사자들은 한인들이 밀집한 LA지역 중소 업체나 신흥 IT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등지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과잉공급에 따른 구직난 심화로 심한 경우 시간당 8달러 정도의 임금으로 일하는 고급 인력도 많고 특히 취업비자로 일해온 경우 잦은 직장 변경에 따른 신분상 어려움 등으로 심한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3년 전 IT붐을 타고 취업비자로 미국에 온 김모(34)씨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시애틀의 한 SI(시스템 통합) 업체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그러나 장밋빛 아메리칸 드림도 잠시, 김씨는 IT산업 침체로 올해 초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로 전락했다.
LA의 중소업체들을 전전했지만 계속되는 불황 한파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직에 이직을 거듭, 지금은 한인이 운영하는 한 전산업체에서 인터넷 서버 관리자로 일하고 있으나 현재 김씨가 받는 보수는 시간당 8달러에 불과하다.
김씨는 “그나마 회사에서 취업비자와 영주권 스폰서를 서주기로 해 위안을 삼고 있다”고 털어놨다.
IT 전문인력들이 찾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스탠포드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 연봉이 겨우 4만 달러다’ ‘IT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등 체념 섞인 글이 즐비하다.
실리콘 밸리의 한인 IT 전문가 조직인 ‘코리아 인터넷 네트웍’(KIN) 관계자는 “최근 직장을 잃은 IT 인력들 중 상당수는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고려하거나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다”면서 “지금 받는 연봉의 50%만 받는 한이 있더라도 직장에 남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최근 IT 업체의 입주가 늘고 있는 어바인 지역의 한 IT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IT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남가주로 이동하면서 IT 인력도 남가주로 몰리고 있으나 구직난 속에 취업비자 스폰서 등을 명목으로 헐값에 팔려 가는 전문인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학생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UCLA 대학원의 이모씨(29)는 “컴퓨터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사실상 미국 내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박사과정 진학과 한국 대기업 취직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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