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는 지금 반생명적(反生命的) 사건들이 줄지어 터지고 있다. 인명경시로 말미암은 여러 형태의 살인사건과 각종 사고사의 빈발, 고의적인 자살이 우리 모두를 충격으로 빠뜨린다.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이민사회가 얼마나 황폐하고 자기중심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사건을 비롯, 도망가는 동거녀까지 죽음으로 몬 분신자살, 연하의 동거남에게 5발의 총격을 가한뒤 자살한 권총자살 사건, 생을 비관한 투신자살, 그리고 약물과다복용 자살 등이 요 며칠 사이 연달아 일어났으며, 얼마전에는 한국에서 3자녀와 동반 투신자살한 어머니로 하여금 세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민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건 다소 낙관적으로 보건 한인 사회는 지금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로 말미암아 윤리의식이 상실되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된 가운데 극도로 사회의 근본질서가 문란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생명존중과 인간성 회복은 일부의 언론과 종교지도자들이 한시적으로 구호를 외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하고 근본적으로 교육과 계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한인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에만 자녀교육을 의지하는 ‘방치형’ 교육을 해 온 것도 문제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이뤄지는 인성교육이야말로 생명을 부여받은 순간부터 죽기까지 인간에게 부과된 숙명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성교육의 개념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예컨대 도덕교육, 인격교육을 비롯해 인간성 함양을 위한 교육, 全人교육, 품성교육 등 인간의 바람직한 특성이나 성격을 육성하는 것을 또는 올바른 행동(언어, 태도, 예절)이나 좋은 감정을 배양하는 것을 인성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이외의 교육을 가정교육, 성인교육, 직장교육, 사회교육, 종교교육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불륜에 의해 파탄에 까지 이른 가정분위기, 지나친 경쟁적 직장분위기, 비도덕적 사회의 분위기는 도무지 인간교육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현대산업사회의 관료제도와 기술지배가 가해온 몰개성화(沒個性化)와 비인간화(非人間化) 현상은 가정과 사회와 직장에서 사람다운 삶을 위한 조치를 무시한다. 현대인은 하나의 도구나 기계의 부속품으로 취급되며 이용성(利用性), 효용성(效用性)이라는 관점에서 계량적(計量的)으로 취급되고 있다. 사회는 개인의 개성, 창의성을 무시하며 사람들에게 경쟁의식과 소외의식을 심어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정의 포근함을 상실해 버렸다. 다수의 한인들은 직장에서의 과중하고도 재미없는 기계적인 노동을 하고 나면 기분전환과 휴식(recreation)을 필요로 하지만, 그들은 직장에서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무사려증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가정에 돌아와서도 심각하게 사고하거나 반성을 하지 않는 습성에 익숙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조차도 자기수양을 위한 독서나 다른 사람들과의 진지한 교제를 하는데 선용하지 않고 완전히 무위와 자기도피를 일삼는다. 과음과식을 하거나 육체적 건강에 대한 극심한 강박관념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또 호기심이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천박한 잡지를 읽거나 비디오 등에게 자기를 맡겨 버린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한인사회의 한 단면이고 황폐화를 부추기는 절대적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이민사회는 건전한 놀이문화가 없다. 등산과 같은 건전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각종 문화시설은 전무한 상태며 노인들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제대로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며 노인문화란 말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경시 풍조와 갈등은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와 같은 그릇된 가치관에서 생겨났다. 생명을 함부로 담보하는 극단적 사고체계, 교육에 대한 편견, 잘못된 직업윤리 의식, 사치와 허영과 낭비,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함부로 자리 매김하는 소위 일류병, 결과 중심주의 등은 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데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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