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사망 LA·서울 표정
집안·골프 얘기나눠
검찰, 참고인 조사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현대의 계동 사옥에서 투신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인사는 세리토스 거주 박기수(54·전현대상선 미주본부장)씨로 확인돼 고 정 회장과 박씨 사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 정 회장과 보성고 동기동창인 박씨는 정 회장이 대북비밀송금 사건 3차 공판이 끝난 지난 1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 4시30분까지, 자살 직전인 3일 밤 강남의 한 카페에서 정 회장과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에서는 평소 내성적인 정 회장이 박씨에게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친구 중에 마음 속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박씨를 전화로 먼저 찾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박씨는 경찰에 이어 4일 대검중수부에서 자살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정회장과 마지막 만났을 때 큰 딸의 진로문제와 골프등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고를 거쳐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대우그룹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민온 1983년 정 회장에 의해 현대상선에 특채됐으며, 96년 상무, 99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미주본부장에 취임했다. 지난 해 말 미주본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현대상선의 법인 관계사인 LA하역전문회사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리토스에 있는 박씨의 부인은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 회장은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어떻게 이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분에 관해 더 이상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다. 박씨 부인은 또 “오늘 남편이 한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안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한편 정 회장의 갑작스런 자살소식을 접한 콜로라도 덴버소재 현대상선 미주본부(본부장 박재영)는 4일 오전 내내 회의가 이어지는 등 충격을 감추지 못했으며 각 언론사 및 한인들의 조문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미주본부는 본사의 지시에 따라 별도의 조문공간은 만들지 않는 대신 서울서 파견된 직원들에게 가슴에 검정색 리본을 착용하도록 했다. 또 미국인 직원들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스스로 착용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했다.
한 직원은 “모든 직원들이 충격과 허탈감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며 “가급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업무에 임하라는 지시만 내려왔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4일 정 회장의 사망과 관련,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아태평화위와 관계단체, 기관에서는 유가족과 현대아산측에 조전을 보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뉴욕의 UN북한대표부도 이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부 관계자는 4일 “신문을 보고 사고소식을 접했으며 무척 놀랐다”고 본보에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망과 관련한 평양당국의 특별지침 여부에 대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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