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을 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이 세상 전체가 하나의 무대이고, 사람들은 그 무대 위의 배우들이다고 했다. 인생에 대한 이러한 비유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정말 인생이 연극이라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가?
답은 너무 쉽다. 훌륭한 배우가 되면 된다. 인생이 연극이면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배우이다. 훌륭한 배우는 자기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소화하고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역할이 주연이든 조연이든, 선한 역이든 악한 역이든 주어진 역할을 가장 실감나게, 정말인 것처럼 연기해낼 줄 아는 사람이 뛰어난 배우요, 진정한 프로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배우에게 박수 갈채를 보낸다. 그런 배우가 될 때 배우로서 삶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배우로서 우리는 각각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내야 하는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배우로서 나의 역할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하고 있는 바로 이 일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무리 하잘 것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배우로서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다들 조연이 아니라 주연을 맡고 싶어 하고, 악역보다는 선한 역을 맡고 싶어한다. 그것은 대게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리, 인기있는 자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인지상정이다. 배우들이 자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맘에 들지 않는 배역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우리가 인생에서 아무 일이나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배우는 일단 배역이 맡겨지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악역을 맡아도 악한으로서 실감나는 연기를 해내야 훌륭한 배우다. 인생을 연극으로 비유할 때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도 바로 이런 것이다 :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자.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인생을 연극이라 한다면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에게 이름 붙여진 모든 이름들 - 영이, 철수와 같은 이름 뿐 아니라,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엄마, 회장, 사장, 과장, 대통령, 국회의원, 박사, 교수, 의사, 변호사, 시인, 작가, 기자, 학생 등등 인간관계와 직업상의 지위를 일컫는 모든 이름들 - 은 배역일 뿐이다. 배역은 어디까지나 배역이다. 배역이 진짜 자기 삶인 줄 착각하면 정신나간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살인을 연기하는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가 정말 상대역을 살해하는 살인을 실제로 저지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배우가 가장 실감나는 연기를 하여 정말 사실을 보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럴듯하게 연기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실감나는 연기이지 배우가 그 역할을 실제로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살인이야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악역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배역도 동일시하면 마찬가지로 실제와 배역을 착각하게 된다. 다들 제 잘난 멋에 산다는 말이 있다. 항간에 유행하는 ‘공주병’이니 ‘왕자병’이니 하는 말들이 바로 그 제 잘난 멋에 사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서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지고 권력과 부, 명예를 얻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바로 공주병이나 왕자병 환자들과 다를 바 없이 배역을 실제 자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만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돈과 권력, 명예와 인기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외형과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남들의 이미지를 보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모두 연극 배우의 배역을 실제로 착각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배역이 아닌 진짜 삶은 어디에 있는가? 배우가 아닌 참나(眞我)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을 마주 대하면,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에서, 연극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것이 된다. 세상이 무대라면 이 세상도 가짜다. 이 세상이 가짜이니 결국 우리네 인생이 통째로 가짜이다. 석가모니는 이 세상 모두가 꿈이라 하고, 장자(莊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깨어나서, 도대체 장주(莊周: 장자의 다른 이름)가 나비꿈을 꾸었는가, 나비가 장주꿈을 꾸고 있는가?라고 했다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연극인가, 꿈인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또한 어떠한가? 연극이 아닌 진짜 인생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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