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6시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시카고 17지구 경찰서 순찰차에 동승, 시카고 시내 로렌스길과 브린마길 등 한인밀집지역의 밤 체험을 시작했다.
17지구 경찰서에서 3시간동안 파트너가 될 근무 5년차인 여성경관 메리 마틴과 10지구에서 막 전출 온 라니 로드리게스 경관과 간단한 인사 후 오른 순찰차, 본부와 순찰 차량을 연결해주는 PDT 시스템의 화면이 바쁘게 돌아가고 경찰이 착용하고 있는 라디오에서는 순찰조 번호 ‘1741’를 찾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같은 시간대에 보통 30?40여명의 경관이 순찰을 해 사건이 많을 경우 충분한 인원이 되지는 않지만 경관들은 요일에 관계없이 때론 바쁘기도 하지만 한가한 때도 있다고 전한다.
▲오후 6시, 한인타운 인근에서 벌써 2건의 신고 접수. 5000대 하딩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4900대 키스톤길에서 이웃에 대한 신고, 마틴 경관은 PDT 시스템에 나타난 신고지역을 소개하며 “교통사고 현장은 우선 사상자를 확인한 결과 부상자는 없다”며 “이런 경우 우선 가까운 곳으로 간다”고 설명하며 키스톤길의 이웃 신고지로 차를 돌린다.
5분여 뒤 도착한 신고현장, 신고된 주택을 살펴봤지만 주인이 없었고 범죄의 흔적등이 발견되지 않아 괜한 발걸음을 했지만 마틴 경관은 “이렇게 익명의 신고인 경우 잘못된 신고인 경우가 가끔 있다”고 태연하게 말하며 교통사고 현장으로 다시 출동한다.
▲6시10분, 교통사고가 발생한 5000대 하딩길 포드 엑스페디션 차량이 후진을 하다 벤츠 ML시리즈 차량 앞부분을 파손시켰다. 아파트의 좁은 골목에서 발생한 사고로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나와 논쟁을 벌이고 거리를 메운 이웃들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당사자들의 면허증과 보험카드를 받은 후 사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능수능란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경관들, 그러나 포드 엑스페디션 차량 운전자가 면허증이 없어 부득이하게 경찰서로 연행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무면허로 연행을 한다면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겠지만 이번 경우 운전자나 경관이나 모두 별일 아닌 듯 다시 경찰서로 향한다. 마틴 경관은 “우리가 리포트를 작성하면 모든 것은 법원에서 판단을 한다”며 “경찰서로 돌아가는 것은 보증을 위한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를 움직일 수 있고 부상자가 없을 경우에는 경찰서에서 리포트를 작성하고 차량 소통을 위해 길에서 차를 치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처방법을 덧붙였다. 무면허자의 리포트 작성, 특별한 것은 없지만 시간이 수월치 않게 흐른다. 짬을 이용, 시카고 경찰이 착용하는 총을 비롯 각종 물품을 묻자. 방탄복과 베레타 9mm 권총, 총46발의 총알, 2개의 수갑, 페퍼 스프레이, 후레쉬, 라디오를 착용한다고 로드리게스 경관은 귀띔했다.
리포트를 작성하고 나오자 7시, 제법 어두워진 거리로 나선 순찰차로 4800대 에버스길에서 발생한 주민 분쟁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현장, 연인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남성은 연신 욕을 해대고 여성도 이에 지지 않는 모습. 이럴 땐 아무래도 남성경관 특유의 힘이 발동, 로드리게스 경관이 “조용히 하라”고 정색을 하고 말하자 금새 상황은 진정되고 분쟁이 수구러졌다.
다시 시작되는 순찰, 경관들은 “오늘은 조금 조용한 편”이라며 “너무 조용한 날엔 오히려 일하기가 힘들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비상등 사용도 없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기자는 의아함과 함께 경찰들의 늦은 도착에 대한 한인들의 불만 등을 전하자 “오늘같이 한가한 경우에는 적어도 5분 안에 도착하지만 주말 등 사건, 사고가 많은 날에는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늦는 경우가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마틴 경관은 “비상등은 점심 먹으로 갈 때 사용한다”는 농담을 건네며 “진행중인 사건이나 교통사고등으로 큰 부상을 당한 경우 등 긴급한 상황에만 비상등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7시 35분, 5400대 크리스티나길 가정집의 알람이 울려 신고가 접수된다. 5분만에 도착한 경관들은 집주위를 살피고 주인을 불러 ID등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순찰차에 오른다.
▲7시 50분, 브린마길 인근인 4100대 빅토리아길의 한 업체 알람이 울려 다시 출동, 도착한 곳은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로 경관들은 창문과 통로, 주차장 등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범행의 흔적을 찾기 위해 꼼꼼히 살펴본다.
로드리게스 경관은 “개나 고양이 혹은 다른 짐승들에 의해 알람이 울리는 경우가 많다”며 “깨진 창문이 있거나 문이 열려있을 경우에는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런 경우와 같이 아무런 흔적이 없을 경우에는 철수한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20여분동안의 점검 후 다행히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순찰조는 다시 발길을 돌린다.
▲8시10분, 안심도 잠시 경찰 라디오로 급박한 소식이 들려온다. 3500대 밀워키 길에서 강도로 인한 한인피해자 발생, 라디오에서는 한인 통역자가 필요하다는 음성이 연신 들리고 경관들은 기자들에게 “통역을 부탁한다”며 급히 발길을 옮겼다.
한인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3500대 밀워키길, 소형 샤핑몰 주차장에 5여대의 경찰차와 10여명의 경관들이 어지러이 현장을 수사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사건인 듯 경찰 특수 수사대가 출동, 피해자 한인 이모씨에게 사건 상황등을 전해듣고 지문 채취를 위해 피해자 차량에는 하얀 분칠 투성이다.
이씨가 당황한 탓에 의사전달이 정확하지 않자 경찰은 기자에게 통역을 요청한다. 이씨는 LA 보석 회사에서 시카고에 보석류를 판매하러 온 길, 물건은 모두 보석류로 피해액은 7만여달러가 넘고 범인도 1명이 아닌 2?3명이었다. 범인들은 혼자 차안에서 시카고 일정을 살피던 이씨를 위협했고 한명은 뒷유리를 깨고 모든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피해액은 컸지만 천만 다행으로 이씨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다행히 회사에 보험이 있어 피해액을 커버받을 것 같아 안심이 됐다.
3시간여의 경찰 체험, 경찰들은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편이라고 소개했지만 계속 터지는 사건, 사고로 경찰들은 늦은 9시까지 저녁식사도 할 틈이 없었고 기자도 사건 사고 현장을 다니며 3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금새 지났다.
<홍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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