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분이 좋은 마음으로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데 이 마음이 10년, 20년, 30년을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생전에 딱 두 번 결혼식 주례를 섰다는 성철스님의 주례사는 이렇게 한탄으로 시작된다. 오래된 성철스님의 주례사를 새삼 떠올리는 것은 ‘한국사람들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 때문이다. 어쩌다 한국사람들의 이혼문제가 남의 나라 신문에까지 기사화 될 정도가 됐을까.
분명 괴롭자고 하는 결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한국사람들의 결혼생활이 이처럼 괴로움 속에 돌고 도는 것일까.
성철스님의 주례사는 그 답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성철스님은 그 근본 이유를 ‘덕보자는 심보’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돈, 학벌, 지위, 성격 등 결혼할 때 이것저것 따져보는 근본 심보 자체가 덕보자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결혼 후 조금도 손해볼 생각은 않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덕보자고 하고, 남편은 아내로부터 덕보자고 한다는 설명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30%만 주면서 70%를 덕보자고 하고, 남편도 아내에게 30%만 주며 70%를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덕보자는 마음이 바로 그 다툼의 원인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서로 상대방에게 30%만 주면서 70%를 덕보려고 하니 살다보면 십중팔구는 괜히 결혼했다 속았다 손해봤다는 생각이 들게된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사는 부부가 될까. 간단하다. 스님은 이 ‘덕 보려는 마음’을 버리면 된다고 한다.
’저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저분을 보살펴 줘야겠다’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줘야겠다’ ‘아이고 저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베풀어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부부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생길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서로 덕보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권한다.
그래서 ‘내가 아내에게, 내가 남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저분하고 살면서, 저분이 나하고 살면서 그래도 좀 덕봤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줘야지’하는 마음을 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부부 사이에 다툼이 없고, 좋은 자식을 낳을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은 서로 덕보는 길이라는 결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깥 궁합 속 궁합 다보고 3년을 동거한 후 결혼해도 사흘 살고 못산다고 했다.
스님은 가정의 화평을 위해 부모, 부부, 자식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도 준다.
남자가 왜 그렇게 마누라 한데 쥐어 사니 네가 얼굴이 못났나 왜 그러고 살아
스님은 누가 뭐라고 하든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1순위에 놓고 서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라고 했다.
그런 다음 2순위로 부모님을 생각하고, 3순위에 자식을 두라고 했다. 절대 남편이나 아내보다 부모를, 부모보다 자식을 우선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내나 남편보다 자신의 부모를 우선시하면 그 부부는 반드시 갈등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불효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스님은 부모에게는 불효하면서 자식에게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은 어긋나고 불효한다고 했다.
오늘날 자식을 1순위에 놓고 부부 자신들이나 부모님은 그 다음 순위로 취급하는 부부들은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스님은 자식이 태어난 후 3년간은 1순위에 두고 육아에 전념하라고 말한다. 아기가 어리다고 옆에 둔 채 다투지 말고 직장도 그만두라고 권한다. 이 기간은 아이가 심성을 형성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복덩어리가 아니라 고생덩어리가 된다고 했다. 애 때문에 평생 고생하며 살게될 분만 아니라 나중에 세상이 시끄럽게 된다고 했다. 스님은 또 그렇게 화목하게 가정을 꾸려가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도 기여를 하라고 당부한다. 자신들만 잘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자식만 귀엽게 생각말고 이웃집 아이도 귀엽게 생각하라고 덧붙인다. 또 내 부모만 좋게 생각하지 말고 이웃집 노인들도 좋게 생각하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하면 돈이 없어도, 비가 새는 집에 살아도 재미가 있고, 나물 먹고 물 마셔도 인생이 즐거워진다고 스님은 장담한다.
즐겁자고 사는 거지 괴롭자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 부부는 반드시 이런 생각을 중심에 놓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일이 잘 풀립니다
스님은 그렇게 살면 따로 머리 깍고 스님이 되어 살지 않아도 해탈하고 열반할 수 있고 그것이 대승보살의 길이라고 역설한다.
만약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지금 엎드려서 참회를 하세요. 그렇게 해야 고쳐집니다
세월이 지나도 스님의 주례사는 늘 생생하다. 과연 기혼부부들의 몇 %가 스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을까. 이 좋은 길을 두고 어디서 방황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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