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망망한 광야를 가는데 사나운 코끼리가 쫓아왔다. 그는 정신없이 달아나다, 언덕(岸)밑 우물(井)가에 등나무 덩굴이 우물 속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엉겁결에 그 덩굴을 잡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우물 바닥에는 커다란 괴물이 입을 벌리고 노려보고 있고, 우물 벽 사방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그가 그 등나무 덩굴을 잡고 우물 가운데 매달려 있는데, 덩굴 위에는 흰 쥐 한 마리와 검은 쥐 한 마리가 그 등나무 덩굴을 번갈아 가며 갉아먹고 있었다. 쥐가 등나무 덩굴을 다 갉아먹어 덩굴이 떨어지면 그는 그 밑의 괴물에게 잡혀 먹힐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머리를 들어 위를 보니, 등나무 덩굴 위의 벌집에서 달콤한 꿀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그 입 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 꿀맛이 너무 좋아 그는 그만 자기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잊어버리고 꿀을 빨아먹으며 단맛에 취해 있었다. 지금 우물 바깥 들판에서는 들불이 번져 맹렬히 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비유경(譬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안수정등(岸樹井藤)의 비유’, ‘덩굴줄의 비유’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광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중생세계)이고, 사나운 코끼리는 세월의 덧없음을, 우물은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 등나무 덩굴은 생명줄,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혹은 해와 달의 비유이고, 네 마리 독사는 현상계와 육체의 네 가지 구성요소인 사대(四大 : 흙, 물, 불, 바람)이며, 들불은 늙음과 병고, 우물 바닥의 괴물은 죽음, 꿀방울은 오욕락(五欲樂) - 재물욕(財物欲), 색욕(色欲), 식욕(食欲), 명예욕(名譽欲), 수면욕(睡眠欲) - 을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오래 산다해도 백년을 제대로 넘기기가 어렵다. 아무리 애착을 가지고 모질게 붙잡으려 안달을 해도 우리가 타고난 생명은 쥐가 갉아먹고 있는 덩굴처럼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의 온갖 욕망에 집착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름대로 삶의 연륜이 쌓여 이제 별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말 욕망이 해소되어 승화되었다기보다는 나이가 들어가며 변질된 새로운 욕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자기 합리화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과 번뇌의 뿌리인 근본 무명(無明, 無智)은 사회적 연륜만으로는 극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살이는 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어울려 벌이는 난장판인지도 모른다. 무명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어울려하는 짓거리는 그 무명이 타파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이익을 따지며 전쟁과 파병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위하여서는 남에게 온갖 모함과 이데올로기의 굴레를 씌우면서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뻔한 자신들의 부패와 부정에 대해서는 오리발을 내민다. 또 많은 사람들은 거기에 부화뇌동하며 패거리를 짓고 입에 거품을 문다. 아니면 그런 세상살이엔 관심없다며 고상한(?) 척 변질된 자기 욕망에 젖어 산다. 다들 언제 생명줄이 다할 줄 모르고 자신이 무명으로 눈이 가려져 있는 줄도 모른 채 어설픈 자기주장을 해대며 악을 쓰거나, 오욕락이라는 꿀맛에 취해 있는 모습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기는 백년에 한번 큰바다위로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떠오르는 거북이가 우연히 구멍 뚫린 판자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 확률보다 어렵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참다운 진리를 만나기란 산꼭대기에서 겨자씨를 던져 산아래 세워둔 바늘 끝에 꽂기보다도 더 어렵다고 한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을 왜들 그렇게 바둥거리며, 악을 쓰며, 남을 해치면서까지 살려고 하는가? 다음은 『대법거다라니경(大法炬陀羅尼經)』의 말씀이다.
사람의 몸을 얻기가 어렵나니 비록 사람의 몸을 얻는다하더라도 그 목숨은 짧다. 단명한 가운데 다시 세 가지 악이 있으니, 첫째는 마음이 악해서 착한 말을 듣지 않으며, 둘째는 항상 남이 자기보다 나은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이 자기보다 나은 것을 알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 진리의 길을 묻지 않는 것이다.
자, 자신이 지금 우물 속 등나무 덩굴에 매달려 꿀을 빨아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