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정성 받는 기쁨이라는 문구가 적힌 소포박스를 오늘 아침에 받았다.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온 이후 3년 반 동안 받은 소포가 그 전 30여년동안 내가 받은 소포보다도 훨씬 많다. 한국의 가을빛은 아름답다는데 직접 손질하여 햇빛에 말린 가지나물과 고사리 나물, 김밥용 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임산부용 옷, 아기 양말 그리고 우리 조카가 학교에서 만든 종이 접기 한 것 위에 삐뚤삐뚤한 글씨의 짤막한 편지와 시부모님과 조카의 사진 몇 장이 들어있었다. 물건 하나하나 마다 시어머니의 사랑과 시누이의 배려가 담겨 있다. 결혼하자마자 이렇게 떨어져 살고 있지만 가족으로서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결혼하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챙겨주시고 아껴주시는 사랑이다.
결혼을 생각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도 여자이기에 시집살이라는 것을 걱정했다. 언니가 넷이나 되는 나로서는 먼저 결혼한 언니들을 보며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책을 보고 공부하기도 했었다. 어른들께 꽤 싹싹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나였지만 막상 처음 내 시댁 식구들을 만나는 자리는 어렵기만 했다. 아무리 어른들이 잘 해 주신다고 해도 결코 편하지 만은 않았다. 음식을 너무 잘 먹으면 혹시 어떻게 덥석덥석 그리 먹나, 조금 먹으면 먹는 것이 그래서 어디 복이 붙겠나 하는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닐까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아마도 처음엔 다 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이 그리고 내 마음으로부터 시댁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부터는 어머님, 아버님, 시누이, 시누이 남편 그리고 그 조카도 보고 싶고 함께 말하고 싶고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특히나 내가 그럴 수 있도록 해주신 우리 어머니와 시누이가 참 고맙다.
집안에 무슨 대소사가 생겼을 때 어머니는 그 일을 내게 직접 말씀 하신다. 남편을 통해 듣지 않도록 오히려 내가 남편에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신다. 집안 일인데 안사람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 어머님의 지론이시다. 바로 이 방법이 고부간의 갈등을 만들지 않는 첫번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사랑과 배려를 해주시는 어머님이니 사소한 일이 생겨도 어머님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 자주 전화를 드린다. 어머님이랑 전화를 붙들고 있다 보면 어느새 30분은 금방 지나간다. 해외 전화라 전화요금은 비싸지만 어머니와의 사랑을 나누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나도 어머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는데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부부든 친구든 고부간이든 표현을 해야 자신의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꾸 어머님께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 어머님의 마지막 인사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의 마지막 인사말은 ‘사랑한다, 상희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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