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울너럭]
▶ 나근순 (새크라멘토, 주부)
몇 해 전, 다른 주로 이사를 가는 이웃으로부터 작은 어항 하나를 얻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에 가서 예쁜 색깔의 물고기 너 댓 마리를 사다 넣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곤 했다. 그런데 물고기들의 세계에서도 미인박명(미어박명?)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제일 못 생기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물고기를 제외하고는 얼마 못 가서 모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남아 있는 물고기와 같은 종류로 두 마리를 더 사다 넣었는데 이 녀석들의 생명력이 어찌나 질긴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좀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큰 맘 먹고 비싼 수초를 세 포기나 사다 넣어 주었는데 이 수초들을 뿌리까지 완전히 먹어 치워 버려서 흔적조차 남겨 놓지 않았다. 자기들 배설물까지 먹어치우는 것인지 도무지 일 년이 넘도록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되었고…….
그런데, 얼마 전부터 두 마리 중에 한 마리가 점점 배가 불러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틀림없이 알을 밴 줄로만 알고 앞으로 그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키울까 하고 내심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그 물고기가 지난 주 중에 죽고 말았다. 간혹 ‘그놈, 작기는 하지만 회쳐 먹으면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시며 눈독들이는 이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가운데서도 살아난 녀석이었는데……. 날마다 먹이를 주며 어항 속을 들여다보는 것을 즐기던 남편이 남은 한 마리가 쓸쓸해 보인다며 얼른 나가서 같은 종류로 두 마리를 더 사다 넣어 주었다. 그런데 며칠 못 가서 또다시 한 마리가 눈에 띄질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구석구석 살펴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확실한 물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침내 원래부터 살고 있던 큰놈을 의심쩍게 바라보면서 틀림없이 그 놈이 잡아먹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렸다.
그러나, 우리의 섣부른 심증이 잘못된 것임이 며칠 후에 드러났다. 어항 밑바닥 구석에서 죽은 물고기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우리는 물론 용의자 물고기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녀석은 자신이 의심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를 테니까. 하지만 이 조그만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셨다. 내가, 병이 걸려서 배가 불렀던 물고기를 알을 밴 거라고 생각했던 것, 또 엉뚱한 물고기를 살어자로 의심했던 것처럼, 우리들은 모두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오해하고 자기 멋대로 판단을 내려 버리는지……. 또, 고통 당하고 있는 이웃을 돕지는 못할 망정 함부로 말하므로 상처를 주고, 그를 향해 돌을 던지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물고기야, 미안하다. 참으로 사람임이 부끄러울 때가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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