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국에 있을 때 두 가지 빅뉴스가 터져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과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 그것이다. 연이은 소식에 국민들은 좌우연타를 맞은 듯 어리둥절해 했다.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재신임 투표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8개월도 안돼 그것도 지지 받지 못하면 대통령직 사임도 불사하겠다는 폭탄선언에 국민들은 할말을 잃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있던 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재신임 받지 못하면 국가가 혼란에 빠질 것을 염려하며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을 이미 불신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무책임한 행동이다.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가 한국에서 접한 바로는 친노 성향이든 반노 성향이든 국민들이 원하는 건 바로 신임이냐 불신이냐를 묻는 피곤한 선택이 아니라 여러 국정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유능한 대통령인 것이다. 재신임 발언 후 곧바로 불거져 나온 것이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었다. 수차례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이 갑자기 추가파병을 발표한데 국민들은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을 믿고 밀어준 많은 젊은지지층 조차 참여정부의 외교노선이 대미굴종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보였고 직장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라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를 한탄하며 슬퍼했다. 천문학적인 파병비용을 차라리 이라크 국민에게 직접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하는게 낫다는 주장도 많았다.
반면 우익과 보수단체의 추가파병 찬성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파병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반미기류가 아직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해와 설득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내린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분명했다.
기자가 한국에서 보고 느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 태도다. 이번 일로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말 짜증난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고 사표 내고 싶다. 이 나라가 싫다, 떠나고 싶다” 등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금 한국은 ‘가야한다’, ‘안된다’. ‘해야한다’, ‘말아야 한다’ 등 찬반논쟁이 격해지면서 정치판은 물론 국가 전체가 분열상태에 빠져있다. 참여정부로 출발한 노 대통령의 정권의 임기는 아직 4년4개월 남짓 남았다. 현 정부가 이번일을 당차원에서 유리한 쪽으로 잘 풀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떠나버린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기자는 그것이 가장 우려된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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