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째 남가주 곳곳에서 화마가 집과 숲을 태우고 있다. 지금까지 이로 인해 20여명이 사망하고 3,000채에 가까운 집이 불탔다. 가주 역사상 보기 드문 대형 자연 재해다. 이번 화재는 한 때 많은 한인들이 사는 포터 랜치와 시미 밸리, 스티븐슨 랜치 일대를 위협해 한인 사회에도 긴장감이 돌기는 했으나 소방대원의 활약과 일기 변화로 일단은 위험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남가주는 10월이면 강한 샌타 애나 바람이 분다. 공교롭게 이 때는 우기 직전으로 산천초목이 바짝 말라 있는 때다. 이 때 일어난 산불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기 쉽다. 지난 수년간 다행히 큰불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이번에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그동안 쌓였던 잡목들이 땔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거기다 지난 수년간 주택 붐으로 산언덕을 파고 들면서 지어진 주택 단지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더욱 피해가 커졌다.
연방 정부는 남가주 4개 카운티를 재해 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자금을 풀어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그레이 데이비스 가주 지사도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이들의 아픔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을 것이다.
자연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과연 이번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돌이켜 봐도 뾰족한 묘책이 없다. 그러나 이런 때 불끄는 것을 돕지는 못할망정 몰래 불을 지르고 다니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안겨준다. 샌디에고에서 벤추라에 걸쳐 일어난 10여건의 화재 중 최소 3건이 방화에 의한 것이며 그중 용의자 한 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이다. 재산 피해도 재산 피해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이들을 모두 체포해 응분의 벌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 이번 화재 중 한 건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조명탄을 쏜 것이 인화돼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조심에는 때가 없지만 1년 중 가장 화재의 위험이 큰 지금이야말로 등산객들은 담배꽁초 하나, 취사용 불씨 하나도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예기치 않은 화재로 집과 생계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며 이번 참사를 화재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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