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곳엔 차가운 겨울 비가 내리던 날, 한국엔 첫눈이 왔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에 내린 첫눈이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을 듯 하다. 세월이 흐르면 첫눈이 와도 무던해 질지 모르지만 아직도 난 한국 땅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분이 들떴다.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첫눈’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헤어지면서 첫눈이 내리는 날 어디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상황이다. 그리곤 봉숭아 꽃물든 손톱, 눈사람, 따뜻한 커피, 경품 등이 생각난다. 마지막에 떠오른 경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여러 회사에서 12월에 첫눈이 오면 고객들에게 경품으로 무엇 무엇을 주겠노라고 광고를 해댔었는데, 한 번도 그 경품을 타보지 못했으? 庸??어느덧 ‘첫눈’이라고 하면 ‘경품’이 떠오른다니 약삭빠른 상업주의에 나도 몰래 물든 게 틀림없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도 약삭빠른 상업주의의 영향도 아닌 어릴 적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 봉숭아 꽃물든 손톱’이다. 그 유래가 어떻게 되는 진 알 수 없으나 첫눈이 내리는 날까지 봉숭아 꽃물든 손톱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우리 할? 鍛?SPAN lang=EN-US>, 어머니들을 통해서 들었으니 왠지 전설 같기 도 하고 풍습 같기도 해서 더 흥미롭다.
내 기억으론 조금은 덥지만 밤엔 여전히 선선한 초여름 밤에 꽃물을 들이곤 했던 것 같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미리 준비해 두신 예쁜 봉숭아 꽃잎과 잎 그리고, 백반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오시면 나는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다. 그러나 봉숭아 꽃잎과 잎 그리고, 백반을 적절히 넣고 쿵쿵 찧는 일은 왠지 내가 끼어들면 안될 것 같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리곤 잘 찧은 봉숭아를 내 조그만 열 손톱 위에 살짝 올려놓고 준비한 비닐을 덮고 실로 꽁꽁 묶어주셨는데, 열 번 째 손톱을 묶는 순간부터 머리며 몸의 여기저기가 마구 가려워져 끙끙대는 나를 보고 웃으시며 내 머리며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도 떠오른다.
사실 봉숭아 꽃물과 첫눈은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꽃물 든 손톱을 남겨 꼭 이루어야 할 사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 매 년 정성스럽게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그 날 나의 열 손가락과 온 몸을 매만져 주시던 내 할머니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날을 떠올려 보는데 내 몸과 마음이 서서히 따뜻해 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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