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희<교수>
설날에는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내며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 윷놀이를 하고 연날리기를 하며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 해를 계획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어린 시절 섣달그믐이면 가래떡을 뽑기 위해 쌀을 불려서 방앗간에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기억이 난다. 불린 쌀을 기계에 넣으면 눈처럼 흰 쌀가루가 나오고 그것을 다시 다른 기계에 넣어 얼마동안 찐 다음 구멍으로 쭉쭉 뽑아내면 신기하게도 호스 모양의 가래떡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이었다. 뽑아낸 따끈한 떡을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우면서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떡을 굳힌 다음 집안의 여자들이 모두 둘러앉아 떡을 썬다. 그렇게 맛있는 가래떡을 왜 굳혀서 써는 지는 그 다음날 아침상에 올라온 떡국을 맛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교에서 개최되는 설날잔치를 위해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신문사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였다. 그 기자의 질문이 중국 설날과 한국의 설날이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었다. 음력을 따라 설을 지낸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흔히 음력설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s Day)로 알고 있고 한국 사람들조차 영어로 말할 때에는 중국 설날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서는 설날을 어떻게 지내는 지 잘 알 수 없어서 자세하게 그 차이점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한국 설날만의 독특한 전통이 이야기는 잊지 않고 해 줬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서의 설날 풍습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설날을 설날답게 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올해는 우리 학교 한국어 클래스 학생들과 함께 떡국도 먹고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도 배우면서 신나는 윷놀이 한 판도 벌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느 해 보다도 풍성하고 뜻깊은 설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여서 미국인들에게 중국 설날이 아닌 한국 설날도 엄연히 존재하고 아름다운 풍속들이 많이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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