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기자
근대 철학자로 경제이론과 정치철학 및 도덕 심리학 등의 연관 관계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 존 롤즈(John. Rawls)는 정의론(正義 論)에서 무지의 베일과 무관심의 합리성에 대해 비교 분석한 내용이 있다.
무지의 베일이란 사회정의의 기준을 선택하는 자가 자기 개인의 우연적인 지적이나 배경 조건을 모를 뿐 인간 사회에 대한 일반적 사실은 숙지하고 있다는 가정이라고 했다. 또한 무관심의 합리성이란 힘에의 의지가 본질적인 통일성을 향하여 사색할 때 일어난다고 말한바 있다.
무관심의 합리성이란 힘을 가진 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무관심의 대상자는 한 순간에 생사를 넘나드는 희생을 치른다. 그 상처의 아픔은 세월이 지나도 아물지 못할 때가 많다.
6.25 전쟁이 종전한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곁에는 상처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모르는 사실처럼 무지의 베일로 덮어두고 있다.
국군 포로가 북한에 수백 명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어왔다. 50여 년 동안 국군 포로 송환 문제에 한국 정부가 취한 노력은 무관심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24일 귀환한 국군 포로 전용일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늦장 부리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서두른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았던 사람들이다. 무관심한 태도로 그들을 대한다면 과연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기자의 생각은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이 알고 있는 역사와 실전을 경험한 그들만의 역사는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는 현실이다. 그것은 전쟁 속에 생사를 같이 하던 전우인 대대장을 찾아 5여 년의 노력을 기울인 김용복씨(1월 14일자 한국일보 A5면)의 경우를 취재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이 그들의 상처를 너무 싶게 외면한 것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그들은 아직도 아파하고 있다. 전용일씨 귀환문제에 본국 정부가 늦장 대응한 것은 국민들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무를 담당했던 관리들이 가진 상식이나 지식의 편견으로 무관심에 대한 합리성 발언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국군 포로나 전쟁 유공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의무가 있다. 더 이상 무관심으로 덮어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카드에서 가장 먼저 제시해야할 문제 역시 바로 국군 포로 송환에 관한 일이다.
현재의 우리는 그들이 치른 희생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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