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얼굴이라도 죽기전 봤으면…
최남식씨 호소
“죽는다고 받아들인 이상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눈감기 전에 자식들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합니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아 이미 시한을 넘긴 한인이 마지막 소원으로 10여년 전 연락이 끊긴 자식들을 만나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거리선교회에 의탁해 삶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최남식(사진·58)씨. 1984년 휴스턴으로 도미해 3년 후 가정이 깨지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10여년의 삶을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소진했던 최씨의 긴 여정은 2003년 4월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면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의사는 그에게 남은 시한을 8개월로 못박았다. 병이 발견된 시점이 사스 감염에 비상이 걸렸던 때라 초기 치료는 받았지만, 이후 체류신분과 돈 때문에 병원을 나와 일반 진통제로 고통을 견뎌 왔다. 생활비에 약값까지 보태지자 최씨는 무일푼이 됐고, 지인의 소개로 거리선교회에 마지막이 될지 모를 둥지를 틀었다.
“인생에 제일 후회스러운 게 미국 온 겁니다”란 그의 말처럼 20년에 걸친 미국생활은 회한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처가와의 불화로 인한 이혼과 이후 온갖 일을 전전하며 고생한 시간들이 지금의 최씨에겐 더 이상 원망의 대상은 아니다. 1분이 못돼 밭은기침을 내뱉고, 가래가 끓어오르지만 자식들을 볼 수 있으리란 희망 때문인지 최씨는 예상보다 한 달을 더 살고 있다. 최씨는 희진(27), 효진(24) 두 딸과 아들 운봉(21)의 변한 모습을 떠올리고 싶지만 상상이 안 된다.
“시멘트로 살갗을 비벼 파는 듯한 통증이 가슴에 느껴집니다. 오래 사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떠나기 전까지 진통제라도 처방 받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고 싶은 제 마음이 과욕은 아니겠지요.” 최씨의 마지막 소망이다. 거리선교회 (213)385-4515, (323)810-0691.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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