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종 기자
오늘 본국지를 대문짝하게 장식하는 사건은 한국의 최고기업 삼성이 한나라당에 220억원을 지원한 것이 또 밝혀졌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번에 밝혀진 152억원과 합쳐 37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이회창 후보측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틀 전 한국의 국회는 한나라당의 주도와 민주당의 공조로 10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서청원 의원의 석방결의안을 채택, 감옥 밖으로 빼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날 국회는 나라의 명운이 달린 FTA협정 비준과 이라크 파병안에 대해서는 의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홍준표 의원은 이미 위조로 밝혀진 1천억원대의 CD를 흔들며
노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밝혀냈다고 폭로했으나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만나는 이곳 한인중에는 “도대체 본국이 왜 이러느냐?”고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마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한국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리라는 짐작에서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울화통이 치밀어 한국신문을 보기도 싫다”고 한탄하는 한 독자처럼 기자도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본국 정치인들의 행태에 이해를 포기한지 오래이다.
국민들의 법감정은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보란 듯이 감옥을 나와 활짝 웃는 얼굴로 의사당에서 동료들과 악수하는 서청원씨의 얼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나라의 법을 지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자문했다는 소식이다.
법원이 추징하기로 결정한 2천억원대의 비자금에 대해 “가진 돈이라곤
29만원밖에 없다”고 큰소리 친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중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측근인 강삼재 전 국회의원에게 직접 안기부 자금 수백억원을 전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아무리 이들이 부정과 탈법을 저질러도 결국은 “내 고향사람이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묻어버리고 마는 한국 유권자들의 냄비근성이다. 실망과 절망을 넘어 체념과 달관의 경지에 올라야 살 수 있는 나라가 내 고국인지 부끄럽기 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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