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주부>
아들은 누가 보아도 예의 바르고 착한 얼굴이고 딸은 열심히 설명해야 착한 속이 보이는 당찬 아이다. 강한 눈매가 만만치 않게 보이지만 마음을 한 겹 벗겨보면 따뜻하고 맑은 속 정이 나온다. 웃는 얼굴이 예쁜 딸은 자칭 ‘애교둥이’ 라 한다.
시집을 가서 3년 만에 첫 딸을 나았더니 시댁에서는 33년 만에 집안에 아기가 생겼다고 무척 기뻐하셨다. 남편은 딸아이의 기저귀도 빨아주고 솥뚜껑만한 손으로 조막만한 아이를 요리조리 잘도 씻어주었다. 딸은 늘 명랑하고 잘 웃어서 온 집안에 웃음을 가져다 주었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많은 상을 타와서 우리 가족은 참 신났었다.
그 어린 딸이 어느새 커서 대학생이 되었다. 고2때 미국을 와서 고3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뜰히 돈을 모았다. “얘! 너 돈 모으지만 말고 한 달에 한번쯤은 햄버거라도 좀 사오고 그래라” 했더니 “저렇게 딸 돈을 쓰고 싶어하는 엄마는 처음 보겠다” 며 연말에 드디어 거한 저녁을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영수증을 냉장고에 딱 부쳐 놓고, 앞으로 1년 동안 감사하면서 뭐 사 내라고 하지 말라는 농담 섞인 진담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작년 여름, 서울에 계신 할머니께서 미국에 오시려고 비행기 티켓까지 구입하셨었는데 갑자기 유암 초기 진단을 받으셨고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너무도 놀라서 둘러앉아 울면서 기도를 했다. 일찍 혼자 되시어 평생을 기도로 살아오신 어머니셨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남편과 내가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서둘러 한국을 나가게 되었을 때, 딸은 그 동안 아껴 모았던 돈 $1000불을 할머니 같다 드리라고 하면서 가지고 나왔다. 그러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자기에게 있던 돈을 몽땅 털어서 또 다른 $1000불을 주었다. 할머니만 드리면 엄마가 마음이 서운하니까 외할머니도 갖다 드리라고 하면서… 나는 할말을 잊었다. 어린 딸이 어느새 커서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친구가 되었구나. 함께 쇼핑도 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것만도 큰 즐거움인데…
어느날 늘 참고 인내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어리버리한 엄마가 안쓰러웠던지 “이 세상에 우리 엄마보고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일거야” 하면서 “엄마, 혹시 따질 일이나 싸울 일 있으면 다 말해!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하면서 두 팔을 걷어 부치던 딸. 딸은 세상에 하나뿐인 좋은 친구요, 나의 든든한 스폰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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