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이란전서 결승골을 넣은 뒤 속옷 골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하고 있다. 이천수는 탄핵정국과 국민침체로 떨어진 국민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대한민국이여 일어나라!’는 문구를 준비했다. /테헤란=연합

이란전 결승골…아테네행 최대고비 넘어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중동의 모래 폭풍을 잠재우고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은 17일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후반 15분 이천수(23ㆍ레알 소시에다드)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이란을 1-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2승(승점 6)으로 A조 선두로 올라선 한국은 이란과의 어웨이경기를 승리함으로써 올림픽본선진출을 아테네행의 최대고비를 넘었다. 한국은 24일 페탈링자야에서 약체 말레이시틸？3차전을 벌인다.

반면 이란은 아자디스타디움서 40년무패기록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한국은 초반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우려했던 악천후도 없었고, 또 10만관중의 열띤 응원도 없었다. 2만5,000여명의 이란 관중의 응원은 400여명의 붉은악마와 교민의 응원소리에 묻혔다.

최성국(울산)-조재진(수원)을 투톱으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를 플레이메이커로 포진 시킨 한국은 상대 수？뒤를 흔드는 침투패스가 몇 차례 주효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김정우와 김두현 등이 부지런히 중원을 누비며 미드필드부터 압박수비를 펼친 덕분에 한국은 상대 공격의 맥을 끊고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최성국의 왼쪽 코너킥에 이은 조병국의 헤딩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왼쪽에서 연결된 빠른 측면 패스가 두 차례 연결되면서 최성국에게 단독 찬스가 났으나 무산됐다.

결정적인 찬스는 전반 40분에 있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조재진의 헤딩 패스를 받은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온 것.

보하니를 앞세운 이란은 오른쪽의 카베이, 왼쪽의 바다비가 오버래핑으로 한국 문전을 흔들었으나 전반 내내 골문 안으로 향하는 유효슛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가 늦어지면서 공격의 흐름이 자주 끊겼고, 몇 차례 역습을 허용하는 등 잠시 수세에 몰렸다. 고대하던 결승골은 15분께 터졌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조재진의 패스를 받은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가볍게 오른발 슛,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후 한국은 최성국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으나 상대 GK에 걸려 골을 추가하는데 실패했다.

이란은 바다비의 헤딩슛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으나 동점골을 만회하는데 실패했다. 32분 GK김영광이 고의로 경기를 지연한다는 이유로 간접프리킥을 얻은 것이 결정적 찬스였다.

하지만 페널티지역라인 안쪽에서 날린 모발리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한국 벤치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다.


여동은 기자 deyu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