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주부>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다지요? 흙은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재료인가 봅니다. 내 모습 닮은 질그릇이나 고운 도자기들은 나와 재료가 같아서 이리도 정겹게 느껴지나 봅니다. 한 덩이의 흙이 도공의 손에서 그토록 아름답게 빚어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어릴 때는 책이 좋았었는데, 도자기 사랑은 나이 들면서 익혔습니다. 흙과 물과 불이 섞여 바람과 함께 타오르며 그 속에서 태어나는 분청도자기의 은은하고 단아한 모습처럼 나도 이 만치의 나이에서 세월의 불가마에 잘 구워져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사랑 받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인사동에는 화랑이 즐비하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골동품과 짙은 색 원목들로 꾸민 분위기 있는 찻집, 그리고 도자기들이 있습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영국 여왕이 들려가기도 했던 인사동은 도자기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면 동생들과 함께 인사동에서 만나 화랑의 그림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찻집에 들려 오랜 친구 같은 녹차를 마시며 도자기 구경을 하곤 하였습니다.
도자기를 좋아해서 여주 이천 도자기 마을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 때는 축제의 기간이었는데 맘에 드는 분청도자기 한 쌍이 있어 몇 번을 들락거리며 구경을 했더니, 주인은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드냐고 하면서 자기는 사다 놓고 보지도 않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작품을 즐거워하고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에게 주고 싶다고 하며 그의 약력과 함께 화병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분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또, 지난 여름에 아들이 한국에 나갔을 때는 동생 친구들이 손수 만든 찻잔과 납작납작한 그릇 몇 개를 아들의 등짐에 보내왔습니다. 아들이 고이 모셔지고 온 그 질그릇들은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만들어서 가장자기가 약간씩 이지러진 것으로 쓸 때마다 손 맛이 느껴지며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김치나 나물 같은 우리나라 음식은 하얗고 날씬한 그릇 보다는 정감 있는 질박한 그릇에 담아야 제격인 것 같습니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 손으로 직접 찻잔을 만들어서 정다운 이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그 찻잔을 선물도 하며 푸근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도자기 수업은 꼭 해보고 싶은 숙제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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