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에 커서 뭐가 될래. 요즘 한국의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답을 할까. 대통령이 되겠다. 장군이 되겠다. 이건 아주 옛날 이야기다.
한국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은 대통령이 아니다. 장군도 아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한 케이블 TV가 14세 이하 어린이 39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사실로, 20%가 장래 희망직업을 묻는 질문에 연예인을 꼽았다고 한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어린이는 그래도 5%나 됐다. 정치인이 되겠다, 장군이 되겠다는 어린이는 극히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격세지감이 있다. 옛날, 그러니까 한 세대 전 만해도 남자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장군이거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군 현역 대장이 구속됐다. 체포된 사람은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한국군 창군 이래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쿠데타 음모인가. 국가 반란죄인가. 아니다. 개인 비리로 체포돼 구속됐다. 그 죄목은 이렇다. 사단장·군단장, 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거치면서 부대 공금과 위문금 등 1억5,000만여원을 전용 내지 유용한 혐의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엄청난 파렴치범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게 군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고급 군 지휘관들이 회식비, 격려금 등으로 일부 예산을 전용해온 것은 관행으로 신 대장은 사단장 시절부터 연간 1∼2000만원을 이런 방식으로 써왔는데 개인 비리로 구속됐다는 거다.
엄밀히 말해 1원이라도 전용했으므로 비리는 비리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현역 대장을 구속하면 개인비리로 구속되지 않을 장성이 없다는 말이다. 해서 여러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주한 미군과의 관계를 원만히 이끌지 못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군 수뇌부와 장성급 인사를 앞두고 특정지역 인맥을 겨냥한 파워게임이다. 일부에서 나도는 말이다.
이런 말도 나돈다. 군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젊은 인물들이 고위 장성직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 일부 정치권이 군에 대한 불신을 조장, 향후 국방장관 낙점에 군 출신 아닌 일반인 출신 인사를 낙점 하려는 의도다.
검찰, 정치권에 이어 군에서도 대대적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어느 말이 맞을까. 그건 각자 판단할 문제다. 한가지는 그렇지만 확실하다. 군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 다시 말해 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왜 아이들이 장군이 되지 않으려고 할까. 시대상의 반영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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