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남2녀가 눈에 밟혔으리라.
혼자 무거운 짐 지게될 아내는 오직 애처로웠을까.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뉴욕에 왔던 문철선(45, 플러싱 거주)씨가 합법체류자였다면 간직할 수 있었을 귀중한 목숨을 불체자란 신분 때문에 끝내 잃었다. 제미 장의사에서 열린 문씨의 영결식 날인 12일 내린 비는 어쩌면 문씨가 뿌리는 피눈물인지도 모른다.
문씨는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주는 등 새 삶을 살아보겠다는 희망 하나로 10개월전 단신으로 뉴욕땅을 밟았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문씨는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4개월전 부인 김성숙(43)씨와 1남(12세) 2녀(13, 16세)를 불러 들였다. 2개월전에는 부인이 한인 식당에 종업원으로 취직, 생활도 한결 안정을 찾아갔다.
이들 가족의 불행은 6월6일 문씨가 처음 참가했던 조기축구대회에서 머리에 공을 잘못 맞은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플러싱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두통과 구토가 종종 발생, 자마이카 병원을 찾았으나 영어가 통하지 않고 X-레이 촬영비 552달러가 없어 제대로 된 진찰도 못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머리를 다쳤으니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와 지속되는 두통으로 플러싱 병원을 다시 찾아 반값의 체크를 디파짓하고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보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4,500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병원 측의 대답에 어쩔수 없이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밝혔다.
병원측은 메디케이드 부서를 연결시켜 주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신분이 노출될 까 두려워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그러던 중 사고를 당한 지 꼭 한달이 된 지난 6일 오후 구토 끝에 쓰러져 플러싱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어 병세가 악화돼 브루클린 소재 브룩데일 병원으로 옮겨져 새벽 1시께 수술을 받았으나 7일 새벽 4시께 끝내 사망했다.
김성숙씨는 애기 아빠가 제대로 된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 안통하고 치료비도 없는 데다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도움도 요청하지 못했다”며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주고 잘살아 보겠다는 희망 하나로 이민왔는데 믿고 의지하던 남편이 너무나 어이없이 세상을 떠나 살 길이 막막하다”고 통곡했다.
숨진 문씨와 함께 플러싱 소재 M 건설회사에서 목수로 함께 일했던 김모씨는 “세 자녀를 미국에서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너무 쉽게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와 중, 고교에 재학중인 세 자녀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할지도 몰라 망연자실해 있다.김씨의 못다 이룬 아메리칸 드림이 그의 자녀와 아내가 대신 이루느냐 마느냐는 한인사회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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