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발레단 워싱턴 공연 2차례 3천6백명 관람
발레의 본향, 러시아 볼쇼이를 사사한 한국 발레가 워싱턴의 한여름밤을 들뜨게 했다.
긴 호흡조차 곤란한 고요와 격정의 2시간이 끝나자 객석은 경탄의 박수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기립으로 워싱턴 공연의 성공과 희열을 표현한 관객들의 몸은 발레리나의 깃털처럼 마냥 가벼웠다.
7일 조지메이슨대 아트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립발레단(단장 김긍수)의 2차 워싱턴 공연에는 전날 1천7백여명보다 더많은 1천9백여명의 관객이 좌석을 꽉 메웠다.
워싱턴 한인사회에서 클래식 공연에 3천6백명이 운집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공연장에는 미국인 발레 애호가 수백명도 찾아 창단 42년만에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 한국 발레의 현주소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날 ‘백조의 호수’ 공연의 주역들은 전날 신기의 춤을 선보인 김주원-이원철 조 대신 윤혜진-이원국 조가 호흡을 맞췄다.
몸의 예술가들은 발레가 역시 춤의 언어임을 입증해주었다.
1막에서 왕자의 성인식을 축하하는 군무(群舞)들의 왈츠와 축배의 춤, 피에로의 역동적 공중회전 춤은 객석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압권은 실루엣 같은 호수를 배경으로 왕자와 공주가 첫 만남에서 추는 환상적인 아다지오와 앙증맞은 네마리 백조의 춤이었다.
토슈즈의 발끝을 축으로 자전하는 무희(舞姬)들의 순백의 드레스는 객석의 시선을 온통 무대의 푸른 심연으로 빼앗았다.
2막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왕자와 흑조 오딜의 시원한 2인무와 백조공주의 32회전 춤.
관객들은 마성의 흑조에게서도 경이로운 유혹을 느낀 듯 그 대범한 율동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백조의 호수’는 세상에 늘린 마(魔)의 유혹속에서도 선(善)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본성과, 사랑은 운명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며 막을 내렸다.
문범강 조지 타운대 교수(미술)는 “한국 발레와의 첫 만남은 너무 신선했다”며“무대와 조명만 잘 뒷받침됐다면 더 훌륭한 공연이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멀리 메릴랜드 글랜버니에서 구경 온 김상일씨는 “개인적으로는 두고두고 잊지못할 감동의 시간이었으며 동포들에는 잠자는 문화감성을 일깨운 쇼킹스런 날이 됐을 것”이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부인 이성미 여사와 공연장을 찾은 한승주 주미대사는 “국립발레단이 한국 문화의 훌륭한 전도사역할을 했다”며 공연 후 무대 뒤로 단원들을 찾아 격려했다.
한국일보 초청으로 이뤄진 국립발레단의 첫 미주 순회공연은 3일 시카고에 이어 6, 7일 워싱턴에서 두차례 열렸다.
김긍수 국립발레단장은 “이번 공연의 성공을 위해 도와준 한국일보와 임내선 선생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여건이 허락된다면 케네디센터 무대에 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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