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씨는 최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새 차가 필요해 10년 된 차를 팔기 위해 LA 한인타운 중고차 딜러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막상 차를 보여주니 ‘중고차 급구’, ‘몇 백 달러 더 쳐줍니다’라는 광고와는 달리 여기저기 흠을 잡으며 값을 깎으려 했다.
‘블루 북’ 밸류가 3,500달러인데 그 이상은 절대로 받을 수 없으니 2,500달러를 쳐주겠다는 사람부터 1,500달러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사람까지 가지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게 싸게 팔기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요즘 한창 인기가 높은 인터넷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로 했다.
25달러를 주고 한 달간 광고를 내기로 계약한지 하루만에 10여 통의 문의 e메일과 전화가 왔다. 그 중 두 사람은 직접 찾아와 물건을 보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3,500달러에서 시작한 가격이 10분 사이에 3,700, 4,000, 4,200, 4,400달러까지 올랐다. 한 쪽이 더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물러서는 바람에 차 가격은 4,400달러로 정해졌다.
사겠다는 사람은 다음날 캐시어스 체크로 돈을 지불하고 차를 가져갔다. 광고를 낸 지 꼭 이틀만에 중고차 딜러보다 2배 비싼 가격으로 판 셈이다.
인터넷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린 분야가 있다. 인터넷 중고품 시장이 그것이다. ‘세계 최대의 만물상’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e베이’(eBay)는 나스닥 거품 붕괴와 함께 여기저기서 하이텍 업체가 쓰러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인간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구 할 수 있다. 실수요자들끼리 사고 팔기 때문에 중간 마진이 없어 소매상에서 사는 것보다 월등히 싼값에 살 수 있고 차를 타고 다니며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전 세계인을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시장에서보다 구매층이 넓고 거래가 성사되는 기간도 짧다. “인터넷 산업은 e베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장사꾼이 비싼 이윤을 붙여 먹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고객이 다른 곳에 가면 똑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지식의 갭’(knowledge gap)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은 상인들의 고객들의 무지 뒤에 숨는 것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몇 군데만 두드려 보면 가격이 얼마나 되는가가 금방 나오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 컴맹 소비자만 바가지 상혼의 희생자가 된다.
인터넷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타격이 큰 분야가 여행업계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전화로 예약하는 것보다 턱없이 ‘스페셜 딜’을 선전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떤 여행사를 통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호텔과 항공 티켓을 살 수 있다.
여행사에 못지 않게 인터넷에 의해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곳이 있다. 자동차 딜러다. 한때 자동차는 덩치가 커 마진이 높은데다 딜러마다 찾아다니며 가격을 알아내기가 힘들어 ‘지식의 갭’이 존재하는 대표적 업종이었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차 상태가 각각 다른 만큼 값이 천차만별이어서 뭐가 정당한 가격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야후’ 같은 서치 엔진으로 들어가 인터넷 직판 딜러를 찾은 후 차종과 연도만 치면 그 차의 소매가, 인보이스, 보장된 최저 가격이 그 자리에서 나온다. 이를 프린트 해 딜러에게 주면 대부분의 경우 눈물을 머금고 그 값에 차를 내준다.
‘소비자의 무지를 이용해 상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던 시대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좋은 품질과 훌륭한 서비스, 낮은 가격만이 21세기 비즈니스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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