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 신화에는 머리는 여자의 모습이고 몸뚱이는 사자이면서 날개가 달린 괴물이 나온다. 스핑크스이다. 이 괴물이 테베라는 왕국에서 횡포를 부려 온 나라가 초상집이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막고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고는 못 풀면 모두 죽이기 때문이었다.
수수께끼는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인데 아무도 풀지를 못해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서 스핑크스를 없애고 테베를 구한 영웅이 바로 오이디프스 왕이다. 오이디프스가 맞춘 정답은 ‘인간’. 인생의 아침인 아기 때는 두 손과 무릎으로 기어다니고, 커서는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인생의 저녁인 노년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발이 된 현대사회에서는 수수께끼가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아침에는 네발, 낮에는 두발로 걷거나 핸들을 돌리다가, 저녁이면 세 발로 걷는 동물이 인간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각 단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변화인데,‘핸들’ 역시 그러하다.
청소년기에 처음 자동차 면허를 따고 핸들을 잡으면서 느끼는 날아갈 듯한 자유로움이 크면 클수록 노년기에 핸들을 놓으면서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나다. 그래서 노인들은 가능한 한 오래 핸들을 잡고 싶어하는데 그것이 종종 예기치 않은 사태들을 몰고 온다.
지난 14일 남가주에서는 68세의 한인 할머니가 학원으로 손자를 데리러 갔다가 학원 건물로 돌진,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던 것이 엑셀레이터를 밟아 생긴 사고였다. 2년전 역시 남가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0대의 한인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러 갔다가 10여명을 치어 중경상을 입혔다.
노인들이 운전사고가 잦은 것은 노화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들은 대부분 혈압약, 심장약 등 지병 치료제를 상복하고 있어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사고가 잦으니 노부모가 운전을 하면 그 자녀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40대의 회사원 P씨는 얼마 전 4건의 교통사고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70대 중반의 부친이 몇 주 간격으로 연달아 사고를 낸 것이다.
“서류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니 나중에는 어느 서류가 어느 사고인지 헷갈리더군요. 하루는 변호사 사무실, 하루는 자동차 바디샵…뛰어 다니며 몇 달을 정신없이 보냈어요”
자동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자유의 수단도 되고 치명적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나 스스로 운전대를 놓을 것인가, 강제로 빼앗길 것인가- 노년의 어느 시점이 되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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