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수퍼맨 역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유명을 달리하였다. 미남에 건장한 체격을 가졌던 그가 말을 타다 낙마하여 목뼈가 부러지면서 척추를 다쳐 전신을 쓰지 못하였던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재활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온 처절한 운명과 맞서 싸워왔기에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가족 중 장애인이 있으면 되도록 숨기려 하고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 방안에서 나오지조차 못하게 하는 등 가장 사랑을 받아야 할 가족으로부터도 ‘특별 대우’를 받아 장애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가족 모두가 겪는 마음고생들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 오래 전에 어느 일본인 장애인 어머니가 쓴 자전적 책의 제목이 ‘무정한 바람아 이 등불을 끄지 말아다오’였는데 책제목에서부터 그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잘 드러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고 출생하는 비율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너싱홈은 연장자들만을 수용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들 생각으로는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연장자 아파트 등에 사시다가 치매증세를 일으키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거나 수족을 잘 사용하지 못하여 수시로 보살핌이 필요한데 가족 항시 옆에 같이 있을 수 있는 손길이 없을 때 너싱홈을 이용하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사실 미국의 너싱홈은 보다 수용의 폭이 넓은 것 같다.
이를테면 젊은 나이에도 특별한 장애를 갖고 있으면 너싱홈에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았다. 우리 한국인들은 아직도 장애인들에게 편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한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와 국가가 짐을 나누어지며 같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아흔 몇 살의 할아버지가 몇십 년을 같이 살아온 치매를 앓고 있는 아흔 살이 넘은 부인을 수발하다 지쳐 부인과 동반하여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 것은 입만 열면 ‘민생’ 운운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조그만 사건이었다.
내 가게가 있는 오래된 빌딩 출입구는 3개의 계단이 있다. 이 빌딩에 거주하는 아홉 살의 애쉴리라는 이름의 히스패닉 소녀는 휠체어를 타고 매일 학교에 간다. 아침마다 휠체어를 실어 올릴 수 있게 장치된 학교버스가 오는데 아이 엄마는 몸무게가 70파운드쯤 나가는 애쉴리를 휠체어에 태우고 세 개뿐인 층계를 끌어올리는데도 힘이 부친다. 나는 언제나 밑에서 같이 들어 올려주는 도우미 노릇을 한다.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딱딱한 음식조차 삼키지 못하는 애쉴리는 그녀의 부모들에게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이다. 아이 아버지와 이산가족이 되어 엄마와 딸 둘이 이 곳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재활을 위한 미국 병원에의 통원치료 때문이다.
마리아라는 이름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애쉴리의 엄마는 아이 뒷바라지하는 것에 짜증을 내기는커녕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애쉴리의 동생은 보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미소로만 답한다.
나의 짐작으로는 자녀를 더 가질 경우 장애가 있는 애쉴리에게 지금처럼 모든 정성을 쏟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 정부도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한 위상에 걸맞게 예산을 할애하고 우리 사회는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더 깊은 사랑과 애정으로 감싸안는 성숙함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윤효중 /노스브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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